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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정책 연구소, '이민자, 미국경제 성장의 축'


이민자는 저소득층이라는 미국인들의 고정관념이 더 이상 들어맞지 않게 됐습니다. 사무직에 종사하며 높은 임금을 받는 이민자들이 훨씬 많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인데요. 미국 '재정정책 연구소'가 내놓은 최근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국에서 이민자 하면 왠지 사회의 그늘진 곳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답)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우선 최근 공개된 여론 조사 결과를 소개해 드리자면요. '아메리칸 폴리티컬 사이언스 리뷰'라는 정치 전문 잡지가 1천6백 명의 미국인의 의견을 물어봤는데요.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자가 어떤 사람들이길 바라는가?" 그런 질문이었는데, 한결같이 전문기술을 갖춘 이민자를 선호한다고 답했답니다.

)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긴 합니다만, 물론 경제적인 이유가 크겠죠?

답) 역시 그렇습니다. 전문기술직에 속하는 이민자들이 들어오면 사회적 비용이 별로 들지 않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런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반면 비숙련 이민계층은 제발 그만 좀 받아라, 대체로 그런 입장이었다고 해요. 물론 반대의 이유에서 말이죠. 이들 계층이 자꾸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거죠.

)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거군요?

답) 예. 이런 이민자들의 인식이 실제와 차이가 대단히 크다는 게 이번에 '재정정책 연구소'가 내놓은 조사결과의 핵심입니다. 우선 이민자들이 종사하는 직업군만 봐도 그렇습니다. 흔히 이민자들은 주로 저임금 노동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 인식이 많지 않습니까?

) 공장이나 식당도 있구요. 청소와 같은 용역직에 많이 종사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답) 그런 경우도 많지만요, 그보다는 오히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영어로 '화이트 칼라' 계층이라고 하잖아요. 하얀 셔츠에 넥타이 매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인데요. 더 많은 이민자가 바로 이 '화이트 칼라'에 속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알려지게 된 겁니다.

) 지역적으로 좀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가령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저임금 노무직에 종사하는 이민자들이 더 많은 거 아닌가요?

답) 그게 바로 고정관념이라는 겁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뉴욕을 비롯해서요,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미국 최대 도시 24개에 거주하는 이민자 현황을 보니까요, 그 중 14개 도시에서 전문직 이민자들의 수가 더 많더라는 겁니다. 전체적으로 보면요. 대도시에 거주하는 2천5백만 명 이민자의 직업이나 소득 수준이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노무직 쪽으로 쏠려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좀 의외네요.

답) 예상과 좀 다르죠? 그런데 미국인들의 인식 중에서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뭔가요?) 앞서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자꾸 부담이 된다, 이런 우려를 하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뚜껑을 열어 보니까 그런 인식도 틀렸다는 겁니다.

) 미 정치권에서도 그렇고 특히 미국 보수계층에서 흔히 내세우는 논리이기도 한데요.

답) 그렇긴 합니다만, 오히려 지난 20년 간 이민자가 활발히 유입됐던 도시의 경제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훨씬 높았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입증됐습니다. 특히 고소득층 이민자와 저소득층 이민자가 골고루 섞여 있는 지역이 가장 큰 경제성장 추이를 보였습니다.

) 언뜻 생각하기에는 돈 많이 버는 전문직 이민자들이 몰려 있는 곳의 경제가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드는 데 말이죠.

답) 예.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를 보니까요, 결과가 완전히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이민자들이 적은 곳일수록 지역 경제성장이 부진하다는 사실입니다. 미주리 주에 있는 세인트 루이스라는 도시가 대표적인데요. 주민 2백30만 명 중에 이민자 수는 11만1천 명 밖에 안 됩니다.

) 그 곳의 경제성장이 더딘가요?

답) 바로 그렇습니다. 1950년대 상업 중심지로 각광받던 지역인데, 이후 경제가 수십 년 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요, 미국인들이 그렇게 바라는 고소득층 전문직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세인트 루이스 거든요. 이 곳 이민자들의 상당수가 의사, 연구원, 기업체 중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오히려 지역 경제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된다, 정말 이민자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일반적 인식과는 거리가 멀군요.

답) 그렇습니다. 반면에 지난 20년 간 미국에서 가장 경제성장 속도가 빨랐던 지역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애틀란타와 덴버, 피닉스와 같은 도시들인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다양한 계층의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저소득 근로자 층을 비롯해서 말입니다.

진행자) 이민자가 미국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면서, 더 이상 미국 사회의 그늘진 곳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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