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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우디 주부, 이슬람 율법을 비판하는 시로 화제


아랍권 전역으로 생방송되는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한 사우디 주부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는 풍자시들을 낭송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살해 위협까지 받았던 이 주부는 결국 시청자 인기투표에서 밀려 결선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는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아랍권 전역으로 방송되는 아랍에미리트 국영 텔레비전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밀리언스 포이트', 즉 '백만인의 시인'이 지난 7일 결승전 실황을 방송했죠?

답) 예. 이 프로그램은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의 문화유산 당국이 후원하고 있는데요. 아랍권에서 1천 8백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매우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죠. 아랍의 베두인 민족의 전통 시 '나바티' 경진대회입니다. 지난 7일 종영한 프로그램은 제 4차 대회였는데요. 아랍권에서 수 천명이 지원해 48명이 최종 출전했고요, 5개월 동안 자작시를 낭송하며 기량을 겨누었습니다.

문) 최종 최 우수시인으로 뽑힌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답) 아름답고 열정적인 시어를 활용했다는 평을 받은 젊은이, 나세르 알-아자미 씨였습니다. 알-아자미 씨는 쿠웨이트 출신의 30세 청년으로, 한 번도 공식적으로 시를 발표해 본 적이 없는 시 습작시작 초년병이지만 최우수 시인상을 받게 돼 140만 딸라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2위는 역시 쿠웨이트 출신인 팔라 알-모우라키 씨가 차지했고요. 3위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출전한 4남매의 어머니인 히사 힐랄 씨가 차지했습니다.

문) 시 경진대회인데 일등 상금이 140만 달라에 이른다니, 꽤 많군요. 그런데 이번 제4차 '백만인의 시인' 경진대회에서는 바로 히사 힐랄 씨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죠?

답) 예. 힐랄 씨는 결선에 오르기 까지 5개월간 여러 번 출전하며 이슬람 극단주의를 비판하는 풍자시들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 켰습니다. 눈 만 빼고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을 가린 검은색 전통의상 아바야 차림의 힐랄 씨는 성 차별과 극단적으로 치달은 이슬람교 성직자들의 종교 포고령 즉 파트와를 비판했습니다.

문) 그녀의 시를 하나 소개해 주시죠.

문) '파트와의 대혼란'이라는 자작시인데요. 파트와는 이슬람교 성직자들이 종교법에 근거해 발표하는 명령입니다. 한 소절을 인용해보죠.

"파괴적인 파트와의 눈에서 악을 보았네.

허용된 것들과 금지된 것들이 혼돈되는 이 때에.

내가 진실을 드러내면 괴물이 은신처에서 모습을 드러내내.

괴물은 사고와 행동이 야만적이고, 분개하며 눈은 멀었네.

죽음의 옷을 걸치고 혁대를 차고 있네…"

문) 혁대를 차고 있다는 것은 자살폭탄 테러분자들이 폭탄을 차고 있는 것을 비유한 것이군요. 힐랄 씨의 시에 대해 많은 반발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답) 극단주의자들은 물론 보수주의 기득권자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알카에다의 메시지들이 공개되는 웹사이트에는 힐랄 씨를 살해하겠다는 위협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녀의 주소를 알려달라는 요청도 있었고요.

문) 이에 대해 힐랄 씨는 어떤 반응입니까?

답)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힐랄 씨는 그러한 위협이 물론 두렵지만 숨을 곳을 찾게 할 만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힐랄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힐랄 씨는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시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며 "시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을 더욱 가깝게 아우르고, 서로가 아끼고 나누며 좋은 인간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문) 힐랄 씨는 원래 잘 알려진 시인이었습니까?

답) 가정주부로 대학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힐랄 씨는 사우디에 있는 범아랍권 일간신문 '알하야트' 지의 시 편집자로 활동했었습니다. 힐랄 씨는 '백만인의 시인' 대회 결선에 출전한 첫번째 여성입니다. 심사위원들은 그녀를 용기 있는 시인이라고 호평하고 50점 만점에 47점이라는 최고점을 줬습니다. 그러나 힐랄 씨는 결국 시청자 인기 투표에서 밀려 3위에 그쳤고요. 집에는 82만 달러의 상금을 가져갔습니다.

문) 힐랄 씨가 몇 위에 그쳤던 간에 아랍 전통시인 '나바티'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답) 예전에는 시인들이 아랍 전통 생활의 아름다움이나 국왕들의 영광을 노래하고, 기껏해야 빈부격차를 한탄하는 데 그쳤습니다. '백만인의 시인'을 후원하는 아부다비 문화유산 당국의 에만 투르키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죠.

투르키 대변인은 유행이 변하고 있다며 "이제는 국왕이나 고위 관리를 칭송하거나 국가의 영광을 노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투르키 대변인은 "시인들이 일반인들의 생활과 일상적인 문제들, 사회적 변화상, 정치적 문제에 훨씬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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