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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남아공화국  흑백갈등 재현될 것인가?


올 여름 6월부터 7월 까지 한달간, 2010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 간 인종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흑인 젊은이들이 최근 백인 우월 주의 지도자를 살해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보복을 다짐했던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이번 사건의 자초지종부터 알아볼까요?

답) 지난 3일 백인 인종 우월주의 지도자 유진 테르블랑슈가 자신의 농장에서 살해된 체 발견됐습니다. 범인은 테르블랑슈의 농장에서 일하는 흑인 노동자 2명으로 밝혀졌습니다. 15살과 21살의 흑인 노동자들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미루는데 분노해 철봉으로 테르블랑슈를 내리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숨진 테르블랑슈는 누굽니까?

답) 올해 69살의 테르브랑슈는 백인 우월주의 지도자로 지난 1973년 동료들과 백인 극우단체인 아프리카너 저항운동, 아프리카너들의 약칭 AWB를 설립했습니다. '아프리카너'는 네덜란드계 남아공 토착 백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농장 주인인 테르브랑슈는 백인만을 위한 나라를 건국해야 한다며 극우 운동에 앞장서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 2001년에는 주유소에서 흑인 종업원과 경호원에 폭행을 가해 살인 미수혐의로3년 간 투옥되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이번 살인 사건이 흑백 인종 간 충돌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요?

답) 테르브랑슈가 공동 창설한 AWB의 앙드레 비사기 사무 총장이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해 보복을 다짐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었djT습니다. 비사기 총장은 이번 공격이 백인들에 대한 흑인들의 선전포고라고 밝혔는데요. 게다가 남아공을 '살육의 땅'으로 묘사하며, 월드컵 본선 참가국들은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해 참가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 흑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얼토당토않다며 매우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폭력과 차별을 먼저 행한 쪽은 백인들인데 오히려 흑인들을 걸고 넘어지려 한다는 것이죠. 더구나 숨진 테르브랑슈는 흑인들에 대해 테러까지 시도한 극단적인 우파로 자신이 뿌린 피의 씨앗을 스스로 거둔 셈이라고 흑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 남아공 정부와 집권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자제를 거듭 호소하고 있습니다. 살인범들은 어떤 오해의 소지 없이 법에 따라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수 십 년간 지속된 인종 차별과 폭력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려는 남아공에 해가 되는 어떤 발언도 자제해 줄 것을 정치인들에게 거듭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마 대통령은 또 일부 각료와 경찰청장 등을 테르블랑슈의 집에 보내 애도를 표시하는 등 인종적 갈등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백인 우월주의 단체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일단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아프리카너 백인 극우주의 단체인 AWB 대변인은 5일 테르블랑슈의 사망에 대해 자신들은 어떤 폭력적인 보복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복을 다짐했던 이 단체 사무총장의 발언을 번복한 것입니다. AWB는 하지만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 청년 지도자 줄리우스 말레마 가 '백인 남아공 농부를 죽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러 공격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노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 노래 제목이 꽤 도발적인 것 같은데 중단이 됐나요?

답) 남아공 법원은 지난 주 이 노래가 차별과 폭력을 조장할 위험이 높다며 더 이상 부르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줄리우스 말레마와 동료들은 이 노래가 테르블랑슈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AWB의 주장이 오히려 도발적이며, 국민의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 아직 흑백 간에 갈등의 불씨가 계속 남아있는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 만큼 갈등의 뿌리가 깊기 때문인데요. 백인들의 인종 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는 수십 년간 남아공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 분리정책의 피해자였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1994년, 이 정책이 공식 철폐되었지만 전문가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서로에 대해 극단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부 극우파들뿐이라며, 많은 백인들은 극우파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흑백 갈등이 다시 확산된다면 다가올 월드컵 축구대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전망이 어떻습니까?

답) 5일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나 남아공 월드컵준비위원회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인 빈민층들이 전기와 수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거의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고, 택시 운전사들의 파업 시위, 학내 복지 개선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폭력시위, 주거생활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잇달아 계속되면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남아공 정부는 치안을 위해 월드컵 기간 중 군병력을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월드컵 축구가 6월 11일 개막되니까,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정부가 얼마만큼 치안 우려를 개선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또다시 흑백 인종간의 충돌 조짐과 각종 민원 사안을 둘러싼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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