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워싱턴의 대북 문제 초점이 북 핵 6자회담에서 북한 체제 문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은 다소 뒷전으로 밀린 느낌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워싱턴의 기류 변화를 전해드립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대북 문제의 초점이 핵 문제에서 북한 내부 문제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의 체제 안정 여부와 급변 사태 가능성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최근 열리는 북한 관련 토론회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해의 경우 북한 관련 토론회는 대부분 북한 핵과 6자회담을 핵심 주제로 다뤘고, 6자회담과 관련된 보고서와 언론 보도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워싱턴에서는 북한 핵 문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거의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은 최근 워싱턴에서는 6자회담이 별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과 관련한 관심의 초점이 북한 내부 문제로 이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존 페퍼 국장은 워싱턴에서 대북 문제 초점이 바뀐 배경으로 2가지 요인을 꼽았습니다. 우선 6자회담이 지난 2008년 12월 이래 15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서로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북 제재를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입니다. 미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입니다.
필립 크롤리 차관보는 정례브리핑 때마다 줄곧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다른 요인은 북한 내부 사정이 현지인들을 통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지난 해 11월30일 화폐개혁 조치를 단행한 이후 한반도 전문가들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이 문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내부 상황은 특히 북한에 보급된 손 전화기와 서울의 탈북자 단체 등을 통해 자세히 외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오는 북한 내부 소식들은 김정일 체제에 대한 북한 내 민심 이반 현상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관심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북한 내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서울의 김대성 고려북방경제연합회 회장의 말입니다.
“시장에 안전원 있잖아요, 경찰. 옛날에는 안전원이 단속하면 아무 대꾸도 못했는데 요즘은 장마당에서 안전원과 막 싸우는 상황까지 갔대요, 요즘 날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은 지난 25일 중국 내 탈북자를 인용해 ‘화폐개혁으로 재산을 잃은 북한 주민들이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과 달리 김정일 정권에 공공연히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북 핵 6자회담의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북한 내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미 정부 관계자들도 북한의 급변 사태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버트 윌라드 미 태평양사령관은 지난 25일 열린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군은 북한의 급변 사태 등 북한 내 어떠한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에서는 북한 주민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 상원 법사위원장인 패트릭 레히 의원은 지난 15일 ‘2010 난민 보호 법안’을 제출해 탈북자를 비롯한 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지원하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또 공화당 소속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북한 출신 어린이들의 미국 내 입양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존 페퍼 국장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핵 문제 보다 북한 내부 사정에 주목하는 현재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