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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들 90년대와 달리 ‘대놓고 불평’


북한 주민들은 최근 화폐개혁 실패 등을 이유로 북한 정권에 대해 공공연히 불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굶어 죽었던 90년대 시절과는 달라 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일간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신문은 지난 25일 화폐 개혁 실패후 물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정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중 국경지대에서 만난 북한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정권에 대해 대놓고 불평을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평안남도 출신으로 ‘수정’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훌륭한 지도자라면 어린 아이들이 굶어 죽고 헐벗은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시장에 식량이 동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관리들이 부패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과거 서울의 북한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김승철 씨는 이 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안원이나 보위부에게 과거에는 눈치 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웬간한 문제에도 대놓고 항변하고 친한 사람끼리는 마구 얘기한다고 그러거든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 불평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식량난으로 숨졌을 때에도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권을 별로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탈북자인 김승철씨는 북한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2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은 지난 15년간 장마당 등을 통해 남한과 중국이 자신들보다 훨씬 잘 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30일 실시한 화폐개혁 실패는 주민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화폐 개혁으로 그 동안 애써 모아둔 재산을 잃고 물가마저 천정부지로 오르자 북한 주민들은 보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김승철씨의 말입니다.

“화폐가 주민과 시장 사이에서 순환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시스템을 스톱시키니까 북한 주민들이 빠져 나갈 구멍이 없어진 것이에요. 쥐도 막다른 골목에서 고양이를 문다고 하잖아요.그런 셈이 된거에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불평은 아직 화폐개혁 실패 등 대부분 경제 분야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불평도 몇몇 친한 사람끼리 속내를 털어놓는 말하는 정도지 공개적으로 비판을 가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북한의 지인들과 전화를 자주하는 김대성씨의 말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아는 사람끼리 마음대로 욕은 한데요.그런데 밖에 나가서 말한 정도는 아닌 것같습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평양 당국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화폐 개혁 조치를 차례로 백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월 중순을 기해 장마당을 다시 허용한데 이어 금지했던 외화 사용도 다시 묵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 부장을 총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민심을 수습하려면 그 같은 미봉책 보다 장마당을 활성화하고 과감한 개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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