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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조건식 사장 사의 표명


금강산 관광이 1년8개월 가까이 중단된 가운데 이 사업을 시행하는 현대아산의 조건식 사장이 오늘 (18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이 정상화되지 못한 게 이유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이 18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사업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조 사장은 18일 현대아산 임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마무리 짓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사장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해 뛰었지만 결국 매듭짓지 못했다”며 “사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사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조 사장을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했지만 통일부 관료 출신인 조건식 사장에 대해 북한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 의미에서 후임자가 와서 사업 정상화를 해달라는 당부도 남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한국인 관광객이 북한 군 초병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중단됐습니다. 같은 해 12월 개성관광도 중단됐습니다.

통일부 차관 출신인 조건식 사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한달 뒤인 2008년 8월 윤만준 전 사장 후임으로 취임해 관광 재개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해 3월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체제 비난 등의 혐의로 북한에 억류됐을 때 16 차례나 개성을 오가며 석방 노력을 기울였고, 남북 당국과 꾸준히 접촉하며 관광 재개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8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회생의 돌파구가 마련되는 듯 보였지만 남북 간 경색 국면이 풀리지 않으면서 매출 손실은 커져만 갔습니다. 지난 달까지 집계된 매출 손실은 2천6백억원에 이릅니다.

관광이 중단되기 전 1천 여명이었던 직원은 4백 여명만 남았습니다. 남은 임직원들은 급여를 삭감하거나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조건식 사장은 18일 사의를 표명하며 “관광 중단으로 70% 가까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며 “직원들을 복귀시키고 싶었지만 끝내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이 올 들어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는 등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펴면서 상황이 진전되는 듯 보였습니다.

조건식 사장은 금강산, 개성 관광 실무회담이 열리기 나흘 전인 지난 달 4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미국의 소리’ 방송 기자와 만나, “남북한이 관광 재개에 대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지만 얘기가 잘 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열린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관광 재개 여부는 다시 불투명해졌습니다. 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통일부 김남식 남북교류협력국장입니다.

“북한 측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은 본인의 불찰에 의해 빚어진 불상사라는 등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였습니다. 3대 조건에 대해서는 이미 진상을 밝혔고, 재발 방지와 신변안전을 확고히 담보한 만큼 해결된 문제라고 강변하면서 실무접촉 합의서안을 제시했습니다. 개성관광은 3월 1일부터, 금강산관광은 4월 1일부터 재개하자는 주장을 했습니다. “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약 19개월 만에 열린 당국간 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관광 사업과 관련된 합의와 계약을 모두 파기하겠다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입니다.

“만일 남조선 당국이 생트집을 부리며 관광 길을 계속 가로막는 경우 우리는 부득불 결단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조치에는 남측에 특혜로 주었던 관광 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 내의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의 문제들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내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외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북한이 실제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관광 합의 파기 발언은 북한이 최근 보이는 대외 투자 유치 노력과 정반대 행보”라며 “이미 합의한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나오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려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한국 정부가 북 핵 6자회담 등과 관광 사업을 연계하는 입장인 만큼 6자회담이 열리면 관광 재개는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관광 재개를 위한 우호적인 국제적인 여건 조성을 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관계 개선 6자회담 복귀 등 관광 재개는 언제든 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시점은 상반기 중에 이뤄지지 않을까…”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관광 재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원칙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만큼 북한이 충분히 이해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조건식 사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에 현대아산 측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관광 사업 정상화를 위해 더욱 매진한다는 방침입니다. 현대아산은 오는 24일 주총을 열고 후임 사장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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