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풀뿌리 정치 참여를 지향하는 이른바 '커피 파티 운동'이 미국 전역에서 힘을 얻어 가고 있습니다. 커피 파티는 보수 시민운동인 '티 파티'의 대항마로 등장해 주목 받고 있는데요. 티 파티와는 달리 정부 개입을 옹호하는 반면, 정가를 주무르는 기업가 정치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커피 파티가 어떤 모임인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지 알아 보겠습니다.
문)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커피 파티'요, 보수 지향의 '티 파티'에 대항하는 취지로 결성됐다고 하니까 먼저 티 파티가 어떤 운동인지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겠지요?
답) 예. 커피 파티를 이해하기 위해선 티 파티가 뭔지 알아야 합니다. 이름처럼 차 마시고 즐기는 파티는 물론 아니구요. 훨씬 심각한데요. 월가와 부실 대기업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구제금융 지원에 항의하기 위해 1년 전에 결성된 것이 티 파티입니다.
문) 역시 이름이 특이해요, 티 파티, 이런 이름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죠?
답) 예. 미국 독립전쟁의 불씨가 된 '보스턴 차 사건'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1773년 12월16일 일어난 일인데요. 당시 미국 식민지 주민들이 영국의 지나친 세금 징수에 반발해 보스턴 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차를 바다에 버린 사건입니다.
문) 그 이름에서 벌써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네요.
답) 단순히 세금 뿐만 아니라 정부 개입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티 파티는 전형적인 보수 이념을 표방하고 있다는 거죠. 이들이 내거는 기치는 무엇보다 '작은 정부'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해, 정부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고 부채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문) 티 파티의 성격이 그렇다면 커피 파티는 그 반대 입장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답) 정확히 이분법적으로 나눌 순 없겠지만 티 파티와는 대조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티 파티의 기세를 꺾기 위해 등장한 것이니까 그럴 만 하지 않겠습니까? 연방정부는 국민의 적이 아니라 집단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게 커피 파티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현 정부 정책에 협력 의지를 보이고 있고, 정치에 대한 기업의 간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티 파티의 경우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지났고 그동안 영향력이 제법 커졌단 말이죠. 이에 반해 커피 파티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상당히 주목 받고 있어요.
답) 굉장히 짧은 기간 동안 급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조직됐으니까 두 달 밖에 안 지났는데 말이죠. 그것도 한 개인이 온라인 상에 커피 파티 운동에 동참하자고 촉구한 것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겁니다. 현재 회원 수가 약 12만 명에 이른다고 해요. 1년이 넘은 티 파티 회원이 11만 명으로 추산되니까 커피 파티가 오히려 1만 명이 더 많죠?
문) 그것도 두 달 만에요. 앞서 한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주창한 운동이 이렇게 확산됐다고 하셨는데 그 사람이 바로 한인 2세라고 하죠?
답) 그렇습니다. 한인들이 커피 파티에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한데요. 바로 '애너벨 박'이라는 한인 2세가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41살이구요, 지난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에서 활동했고, 2006년 중간선거 때는 집 웹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한 진보성향의 사회운동가입니다. 박 씨는 티 파티 운동이 언론에 의해 과대 홍보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 1월 커피 파티 운동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문) 정부가 나서서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그런 주장이네요.
답) 바로 그 점이 티 파티와 구별되는 부분입니다. 정부 개입에 반대하는 사람은 티 파티 쪽으로 가라, 박 씨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 만큼 미국민들이 직면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싸우는 대신 그들이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문)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말하는 점에서 티 파티와 대조되는 주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글쎄요, 정부, 정당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에 있어서는 티 파티와 커피 파티에 공통분모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네요.
답) 그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겁니다. 커피 파티나 티 파티 모두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보수, 진보 성향의 풀뿌리 정치 참여가 이처럼 활성화된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둘 다 미국의 양당 체제가 유권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정부 변혁의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 양측이 완전히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거죠.
문) 티 파티는 이미 미 정치판도에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커피 파티도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건가요?
답) 그게 관건입니다. 두 시민운동 모두 특정 정당과 관계 없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티 파티가 공화당, 커피 파티는 민주당에 기울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적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커피 파티가 티 파티에 맞서는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커피 파티는 오는 27일 전국총회를 열 계획인데요, 티 파티 측도 이 날을 기해 미 전역에서 집단행동을 개시할 것으로 보여 주목됩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미국의 진보성향 풀뿌리 모임, 커피 파티 운동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