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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특사, '탈북 난민 대규모 미국 입국 없을 것'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탈북 난민들의 미국 입국에 대해 전임자와는 뚜렷이 다른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러 배경으로 볼 때 탈북자는 미국보다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 낫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요. 미국 내 탈북자 사회와 인권단체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킹 특사의 발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답) 네,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12일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탈북자는 문화와 정부의 복지 지원 등 여러 면에서 볼 때 미국보다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탈북 난민을 다른 모든 난민들과 차별 없이 대우하고 있지만, 문화적 동질성과 지원법 등을 비교해 볼 때 한국이 탈북자들을 위한 최적의 정착지라는 것입니다. 킹 특사는 그러면서, 이런 배경을 볼 때 탈북 난민이 대규모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

) 그럼 제 3국에서 미국행을 신청하는 탈북자들에게 미국 정부가 한국으로 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답) 그렇지는 않습니다. 킹 특사는 한국과 미국 행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탈북자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행을 환영하지만 그 전에 미국에 가기 위한 절차와 규제 등을 미국대사관 관계자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킹 특사는 4번에 걸쳐 한국이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최근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 난민 수가 이전에 비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킹 특사의 발언이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2006년에 처음으로 탈북 난민을 받아들인 이래 대규모는 아니지만 꾸준히 난민들을 수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9월 태국에서 탈북자 1명을 수용한 이후 올 2월 말까지 5개월 간 난민을 수용하지 않았는데요, 이는 킹 특사가 미 상원으로부터 인준을 받은 지난 해 11월과 겹치는 기간입니다. 킹 특사는 이날 3월 초에 제3국에서 탈북자 1명을 더 수용해 12일 현재 미국이 받아들인 탈북 난민은 총 94명이라고 말했습니다.

) 킹 특사의 이번 발언은 전임 제이 레프코위츠 특사의 관련 발언과 적잖이 온도차가 나는 것 같은데요.

답) 네, 시각은 비슷하지만 접근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레프코위츠 전 특사는 지난해 초 '미국의 소리' 방송의 질문에, 미국 국토안보부의 까다로운 신원조회 절차 등 당국의 관료주의가 탈북자들의 조속한 입국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인신매매에 희생된 어린 탈북 여성과 그 자녀들은 사실상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정보 당국이 이들에게 조차 까다로운 절차를 적용해 탈북자 입국이 평균 2년 정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레프코위츠 전 특사는 미국이 탈북자들에게 천국이 아니며 한국이 훨씬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탈북자를 보호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좀더 많은 탈북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킹 특사는 국토안보부의 까다로운 신원조회 절차를 지적한 전임자의 발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답) 킹 특사는 모든 난민의 신원조회와 입국 절차는 전적으로 국토안보부의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신원조회와 입국 절차는 국토안보부가 결정한 것으로 자신이나 미 의회가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의회도 이런 법규를 바꾸길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킹 특사는 또 이란과 북한 모두 미국과 수교를 맺지 않고 있는 데 이란 난민은 왜 대규모로 입국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미국에는 기존의 이란 난민 사회가 커서 그 가족들이 많이 지원하기 때문에 절차가 빠르고 입국 규모도 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킹 특사의 이런 발언에 대해 인권단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답)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법률 인권단체인 쥬빌리 캠페인의 앤 브왈다 미국 대표는 탈북자들은 문화적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 낫다며, 안전 차원에서 한국에 정착하기 힘든 사람들만 미국에 정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자유연합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희문 목사는 킹 특사의 발언은 직무유기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법안까지 통과시킨 입장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4-5년 동안에 94명 밖에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차라리 그러면 법안을 폐기시키던지."

이 목사는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 북한인권특사의 급선무라며 현 상황에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탈북자들은 킹 특사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수긍이 간다면서도 자칫 희망의 미래를 찾아 미국행을 원하는 젊은 탈북자들의 꿈을 막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뉴저지 주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데보라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 한국에서는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다 (무료로) 제공도 해 주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그런 것도 없고, 그래서 그런 (특사의) 말이 일리는 있는데요. 젊은 사람들에게는 (미국이) 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접하는 문화도 더 다양하고 그리고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더 넓고 열려 있고. 그리고 교육시스템도 더 잘 되고 있고 하니까, 기회를 열어줬으면 줬겠어요. 여기 와서 교육 받고 공부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기회를 줘서 그 사람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게 더 좋은 거죠."

버지니아 주에서 전문 요리사로 일하는 브라이언 씨는 3국 주재 미국대사관이 탈북자들에게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정착지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이언 씨는 그러나 탈북자 차별이 심한 한국 사회에 대해 반감도 적지 않은 만큼 미국 입국의 문도 더 넓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꿈을 찾는 북한 젊은이들에게 좀 더 수용의 폭을 넓혀달라는 얘기군요. 잘 들었습니다. 탈북 난민들의 미국 입국에 관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발언에 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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