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물밑조율이 한창인 가운데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중국에 이어 12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오늘 회담에서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과 일본의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12일 서울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일본의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북 핵 문제를 둘러싼 현 상황을 평가하고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회동에서 북한이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선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평화협정 문제도 6자회담이 재개되고 비핵화의 진전이 있을 때 별도의 포럼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은 또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담은 일괄타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내 일본총영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사이키 국장은 장원삼 동북아 국장과도 만나 한-일 관계 발전 방안 등 양자 실무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사이키 국장의 방한은 지난 달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한 달 만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동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조속한 회담 재개를 위해 관련국들에 유연한 입장을 취해줄 것을 전달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북한은 평화협정 조기 논의와 제재 해제를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은 비핵화 과정에 진전이 있어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대북 제재에 대해선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평화협정 논의와 비핵화 논의의 선후관계를 놓고는 유연성을 꾀하는 쪽으로 중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6자회담의 동력을 잃게 되면 의장국인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만큼 가능한 빨리 북한을 회담에 복귀시키려 할 것"이라며 "현재 중국이 양측의 입장 차를 절충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외교장관이 다음 주 베이징에서 만나 북 핵 문제를 집중 협의합니다.
한국의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원자바오 총리와 양제츠 외교부장을 잇따라 만나 북 핵 문제와 한중 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유명환 장관은 지난 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 내용을 바탕으로 양제츠 부장과 6자회담 재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 여부는 북한이 얼마나 유연한 입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라며 "미국이 입장을 밝힌 만큼 이제 북한이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명환 장관은 지난 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에 나오는 게 북한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회담이 무한정 공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북한의 입장에서도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이 북한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여러 가지 경제적인 원조 뿐만 아니고 체제보장에 대한 요구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6자회담을 통해서 확보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입장에서도 6자회담은 유용한 회담의 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한편 핵 개발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주도해온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스티븐 멀 국무부 정무차관 선임고문과 함께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비공개 협의를 가졌습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의 방한은 2006년 이후 4년 만입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 일행은 외교통상부와 기획재정부를 찾아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상황과 경제 제재 현황을 설명하고 이란에 대해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한국 정부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미-한 공조가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추가적인 제재 조치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지난 2005년 9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자금 2천4백만 달러를 불법자금으로 규정하는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북한과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담당하는 실무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