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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화폐개혁 물가.환율 두 마리 토끼 놓쳐'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1백일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폐개혁이 물가와 환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화폐개혁 1백일을 정리했습니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지난 9일로 1백일이 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11월 30일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 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근로자의 이익을 옹호한다’며 옛날 돈 1백원을 새 돈 1원으로 바꾸는 한편 장마당을 제한하고 외화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백일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폐개혁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미국 서부 남가주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강 소장은 북한의 화폐개혁은 ‘주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북한 정권도 체면을 잃었다’며 ‘최악의 화폐개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평양의 대외보험총국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현재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윈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는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 정도가 아니라 ‘재앙’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실패 정도가 아니라 인재, 인재죠.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기적입니다, 지금.”

전문가들이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 조치가 당초 목표였던 물가와 환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NK에 따르면 북한의 쌀값은 현재 킬로그램당 1천원까지 올랐습니다. 지난 연말 화폐 개혁 직후 25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0배나 폭등한 것입니다. 북한 내 아는 사람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 탈북자 김은호 씨는 쌀값이 너무 올라 굶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98년 이후에는 굶는 사람이 줄었어요. 그런데 최근 화폐개혁 이후 쌀값이 너무 비싸 굶는 사람이 늘고, 밥 먹는 사람보다 굶는 사람이 늘었어요.”

환율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평양을 비롯한 암시장에서 1달러는 북한 돈 7백-1천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월 초 환율이 1달러에 96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북한 돈의 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북한 남포에서 남북 합작기업인 평화자동차를 운영하고 있는 박상권 사장도 환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환율 상승이 12월에 비해 2~3배 높아진 것으로 봐서는 쌀값도 그만큼 올랐으니까, 현재로서는 인민들 생활이 어려워 보인다는..”

북한의 화폐개혁은 2단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우선 지난 해 11월30일 화폐개혁이 단행되자 장마당을 비롯한 모든 상거래가 얼어붙었습니다.

그러나 12월 말에 인민보안성이 모든 외화 사용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자 1월부터 물가가 폭등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일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광진 연구원입니다.

“외화 사용 중지 조치가 나오면서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죠. 시장 가격이나 환율이 굉장히 불안하게 오르내린 것이 1월 달이었습니다.”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북한 당국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북한 당국은 경제 정책 책임자인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해임했으며 장마당도 다시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 정도 조치로는 혼란을 수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남가주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강 소장은 북한이 화폐개혁의 혼란과 후유증을 치료하려면 내부적으로는 장마당을 활성화하고, 대외적으로는 과감한 개방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외국에서 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살리려면 핵 개발을 포기하고 하루빨리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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