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르완다를 방문하고, 지난 1994년에 발생한 대학살 사건 당시 프랑스의 과오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두 나라는 2006년 이후 단절됐던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는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나온 배경부터 말씀해주시죠?
답) 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 주 아프리카 나라들을 순방 했는데요. 지난 25일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폴 카가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1994년 르완다의 인종 학살 당시 프랑스와 다른 국제기구 회원국들의 실수가 있었다면서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과오를 인정했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 날 방문은1994년 대학살 사건 이후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첫 르완다 방문이기도 했습니다.
문) 프랑스가 어떤 과오를 범했다는 겁니까?
답) 르완다 대학살은 지난 1994년 발생한 후투족과 투치족, 두 인종 간 유혈 사태인데요.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후투족은 정부에 대항하던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들을 집단 살해했 습니다. 그 해 4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1백일 간 80만 명 이상이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범죄의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피해자들과 현 르완다 정부는 프랑스가 학살을 자행했던 극단주의 후투족의 훈련을 지원했다며 비난해왔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프랑스 군이 학살에 가담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사르코지 대통령이 직접 프랑스의 실수가 있었고, 프랑스 정부가 당시 상황에 대해 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실수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프랑스와 일부 국가들이 후투족 정권이 엄청난 대학살을 자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이 멀었었다는 표현을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용했습니다.
문) 사르코지 대통령이 과오는 인정했지만 사과를 한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는 것 같은데요?
답) 사르코지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과한다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사르코지 대통령이 르완다에 3시간 밖에 체류하지 않은 점도 현지 언론들의 비난을 받았는데요. 사르코지 대통령은 르완다에 도착해서 학살 기념비에 헌화하고, 정상회담을 갖는 것 만으로 짧은 일정을 마쳤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16년 만에 르완다를 방문한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르완다를 좀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고 하는데요.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학살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며, 당시 연루자들을 추적해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협력하겠다고 한 발언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문) 왜 그렇지요?
답) 전범 용의자 중 일부가 르완다에 새 정부가 들어선 후 프랑스로 피신했기 때문인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최근 르완다에서 대학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가 전범 체포에 나서고 또 이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면, 르완다의 대학살 피해자나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환영할 일이 되겠죠?
문)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빠르게 외교관계 복원에 나선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답) 르완다는 과거 벨기에의 통치를 받다가 지난 1962년에 독립했는데요. 프랑스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1994년 대학살 사건 이전까지는 프랑스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내전 이후 투치족이 정권을 잡으면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었고요.
특히 지난 2006년에 프랑스 법원에서는 르완다 내전과 관련한 재판이 있었는데요. 1994년 대학살 사건 직전 르완다에서는 당시 후투족인 주베날 하비야리마나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인종 간 갈등이 증폭됐었습니다. 2006년 법원은 투치족 반군 지도자 출신인 폴 카가메 현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에게 암살 사건의 책임이 있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고요, 르완다 정부는 이에 반발해 프랑스와의 외교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문) 그렇게 단절됐던 외교관계가 이제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군요?
답) 그렇습니다. 양 국 정상은 지난 해 11월 이미 외교관계를 복원키로 합의했는데요. 양국은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고, 앞으로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