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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박 기자회견 취소 번복-매우 불안한 상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가 기자회견 계획을 두 차례나 번복하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씨는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된 자신의 기자회견 내용은 강압에 의한 거짓이었다며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로버트 박 씨를 지원해온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자유와 생명’의 조성래 대표는 25일 박 씨가 이날 정오에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박 씨가 이날 새벽 워싱턴에 도착했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박 씨는 그러나 기자회견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로버트 박 씨는 앞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과 25일 내셔널프레스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던 약속도 지난 23일 돌연 취소한 바 있습니다.

박 씨가 이렇게 두 차례나 기자회견 계획을 번복한 것과 관련해 측근들은 박 씨의 정신 상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박 씨가 미국에 돌아온 뒤 가족과 함께 그를 돌보며 지원해 온 한 지인은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씨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겪은 공포와 고초로 감정이 격해지고 불안증세를 보이며, 생각도 일관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박 씨의 신앙적 스승이기도 한 이 측근은 로버트 박 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뀔 정도로 심신이 매우 지쳐있는 상태라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취소한 것도 모두 박 씨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측근은 박 씨의 상태가 다시 악화되고 있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기자회견 보다 우선 절대적인 안정과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박 씨는 미국에 돌아온 뒤 미 중서부 애리조나 주의 한 요양소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씨의 아버지 박평길 씨는 앞서 ‘AP 통신’에 아들의 심신이 매우 허약해 여러 명의 의사들로부터 진찰을 받고 있으며, 집에 머물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북한 인권운동과 탈북자 보호 활동을 해온 로버트 박 씨는 지난 12월 25일 성탄절에 북한 주민과 지도부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북한의 문호개방과 정치범 관리소 폐쇄 등을 촉구할 목적으로 성경을 들고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간 뒤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북한 정부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박 씨가 자신의 그릇된 생각을 뉘우쳐 관대히 석방키로 했다며 억류43일만에 그를 풀어줬습니다.

박 씨의 측근은 그러나, 로버트 박 씨가 북한 당국의 발표는 모두 거짓말이라며 상당히 분노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과 가진 인터뷰는 강요에 의해 조작된 선전에 불과하다고 박 씨가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 측근은 박 씨가 식사와 수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북한에서 받은 고문과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박 씨에게 행한 모든 일을 정확하게 밝히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자유연합 관계자 역시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박 씨의 현재 상태로는 기자회견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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