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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생일 맞아 북한 실정 알리는 행사들 열려


워싱턴 인근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어제 (17일) 북한 정권의 실정과 인권 탄압을 알리는 영화 감상회와 강연회가 각각 열렸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가 도덕적인 사명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살풀이를 하듯 힘겹게 몸부림을 치는 무용수의 손 끝 너머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탈북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강렬한 행진곡 속에 역동적인 체조를 선 보이는 아리랑 축전의 모습 뒤로 매 맞는 것이 일상사였다는 관리소 출신 탈북자의 말이 울려 퍼지고, 뒤에서 환하게 웃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크게 확대됩니다.

다양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 정부의 위선과 이중성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다큐 영화 ‘김정일리아’ 감상회가 16일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워싱턴 인근 폴스 처치 성공회 교회에서 열렸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은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독재자가 실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독재자의 실상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참상을 미국인들에게 알려 이들이 북한 인권 개선운동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이날 감상회에 초청된 N.C 하이킨 감독은 그 동안 수많은 행사에 참석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떻게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은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이킨 감독은 그러나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받은 비판적인 질문과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관심에 깜짝 놀랐다고 말합니다.

하이킨 감독은 이런 상황은 한국 사회와 젊은이들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김정일리아’를 군 장병이나 대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방부가 발행하는 군사전문 신문인 ‘성조지’는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너무 무관심해 탈북자들이 실망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세히 전한 바 있습니다. 대학교와 군대에서 북한 관리소에 대해 강연회를 열면 학생들은 대부분 졸고, 군 장병들은 인권 탄압의 실상을 묻는 대신 휴가 일수나 애인과의 면회 여부 등을 주로 질문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2백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폴스 처치 교회에서 열린 이날 영화감상회에는 객석이 꽉 찰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찾았습니다.

워싱턴 인근 매클레인에서 왔다는 벤 더 바르트 씨는 영화가 매우 강력하고 신뢰성이 높았다며, 미국 정부가 경제 등 현안만 챙기지 말고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세 자녀를 데리고 온 팸 월터 씨는 영화를 통해 세계의 역사와 현실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폴란드에서 성장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는 월터 씨는 옛 폴란드의 공산정권이 무너졌을 때 석방된 정치범들이 왜 수 십 년 간 감옥에서 보내야 했는지 북한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월터 씨의 자녀들은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어렵게 투쟁하는 모습이 매우 슬펐다고 말했습니다.

고등학생인 월터 씨의 장남 랜드 군은 다음 달 역사 수업시간에 아예 ‘탈북자’를 주제로 과제 발표를 할 예정이라며, 많은 친구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감상회에는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일부 탈북자들도 참석해 간단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매릴랜드 주에 사는 그레이스 조 씨의 말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잊어버린 과거가 다시 되살아나고 또 어린아이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감정들이 되살아나고 그래서 진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미국에서 살면서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안타깝고요. 배고프고 굶주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한편 이날 워싱턴 인근에서는 코리아 클럽 주최로 북한 대외보험총국 출신 탈북자인 김광진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의 특별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북한 정부가 더 이상 힘으로 정책을 밀어 붙일 수 없다는 현실을 화폐개혁의 실패를 통해 설명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진] “김정일 생일이 마침 16일이라서 그 날에 이런 주제를 다루고 하는 것이 다른 날 보다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포인트는 화폐개혁이 실패했고, 북한 정부가 통제경제를 힘으로 강제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는, 그런 지경에 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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