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사이에 자녀 양육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 결혼했다가 이혼한 일본인이 전 배우자의 동의 없이 모국으로 자녀를 데려다 기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 같이 이혼한 부부 중 어느 한 쪽에 의한 일방적인 자녀 납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자녀를 납치해 데려온 자국민들을 보호하는 법이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입니다.
자녀를 납치당한 부모들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이들 자녀들은 이웃 주민이나 보모, 낯선 사람에 의해 납치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아이들의 어머니에 의해 납치돼 일본으로 끌려간 것입니다.
미 국무부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일본으로 납치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처럼 한 쪽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녀를 다른 나라로 데려가는 행위를 ‘납치’로 판단해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혼한 배우자에 의해 자녀를 일본으로 납치당한 미국인 20여 명은 최근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면담했습니다. 캠벨 차관보를 만나기 위해 미국 곳곳에서 찾아온 이들 미국인들은 미 국무부가 납치된 아이들의 송환을 위해 일본에 좀 더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면담을 마친 뒤, 이들 미국인들은 자녀가 납치돼있는 현실에 크게 상심하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진전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국제 아동 납치 민간부문에 관한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도록 일본 지도자들에게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이그 조약은 16세 미만의 자녀가 원래 거주하던 국가에서 불법으로 외국에 끌려갈 경우, 원래의 국가로 돌려보내는 의무에 관한 조약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이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어린이를 일본인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일본에 데려간다면, 일본 정부는 아이를 미국으로 돌려보낼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그러나 일본은 G-7, 주요 선진 7개국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국 역시 아직까지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제 가정문제 변호사들은 81개국이 이 조약에 가입했으나, 일부 국가들은 이 조약을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 변호사들은 또한,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이 조약에 가입할 경우, 가족법 체계를 크게 바꿔야 하기 때문에 가입을 주저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사보이 씨는 미국 법에 따라 자녀양육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이혼한 전 아내가 자녀 2명을 일본으로 데려가자, 다시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다가 일본 교도소에 수감됐습니다. 사보이 씨는 지금까지 일본은 한번도 납치된 아이를 돌려보낸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보이 씨는 일본은 아동 납치에 있어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8년 동안 일본으로 납치돼가서 나온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미국인들은 미-일 외교관계를 위태롭게 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 정부 관리들이 납치된 아이들의 송환 문제를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헤어진 아내가 딸을 일본으로 데려간 윌리암 조셉 레이크 씨는 이 문제를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다룰 때가 됐다고 말합니다.
레이크 씨는 매일 매일 자녀의 어린 시절에서 하루를 잃고 있다며, 이는 결코 돌려받을 수 없는 나날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모가 헤어졌기 때문에 이들 자녀들은 다른 반쪽의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레이크 씨는 이 문제가 좀 더 고위급 외교 관계에서 논의되길 바란다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이 문제에 보다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다가오는 일본 방문에서 일본 관리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이달 초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 관리들에게 헤이그 조약에 가입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또한, 일본인 부모가 아이를 일본으로 데려가기 때문에 양육권을 침해 당한 미국인의 슬픔과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이달 초 일본 방문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미 행정부와 의회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지 입장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일본정부가 자녀 납치 문제를 고려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일본 교도 통신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