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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정권, 화폐개혁과 대외정책 실패로 위기 직면’


북한 당국이 지난 해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나면서 김정일 정권이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또 대외정책 실패로 어려운 입장에 처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영국에서 발행되는 유력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해 11월 말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의 여파로 화폐 가치가 붕괴되고 쌀 값이 최고 50배 올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혼란이 극심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 잡지는 이 달 들어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과 함께 진행됐던 시장에 대한 통제를 해제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들을 전하면서, 김정일 정권 스스로도 화폐개혁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미국의 북한 경제전문가인 마커스 놀란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영국` BBC방송’ 에 북한의 화폐개혁으로 대규모 혼란이 초래됐다며, 이에 따라 지금은 장마당이 다시 문을 여는 것을 묵인하는 등 북한 정권이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보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비공개 토론회에서 북한 내부 사정이 상당히 복잡한 것 같다며, 후계자 세습과 화폐개혁 등이 뒤엉켜 집권층 내부에서조차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우려가 상당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주민들에게 흰 쌀밥과 빵, 칼국수 대신 강냉이밥을 먹게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는 이 잡지에, 북한정권은 주민들에게 결코 사과한 적이 없었다면서, 화폐개혁 실패와 관련, 김 위원장이 현실감각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박사는 또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등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에 대한 북한의 최근 행동에도 비슷한 판단 착오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장거리 로켓을 시험발사하고 곧바로 2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6자회담 참가국들을 분열시키려고 했지만, 이들 다섯 나라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지난 해만 해도 결코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김 위원장이 지금은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점점 더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김정일 정권의 화폐개혁 실패와 대외정책 판단 착오를 전술적 실수라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이 같은 실수들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잡지는 이어 주민들에게 종교적 헌신을 요구하는 북한에서 경제적, 외교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작은 징후들은 아주 중요한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DVD나 휴대전화 등을 통해 자신들의 생활 여건이 외부세계에 비해 얼마나 열악한지 그 어느 때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시기에 이런 징후들이 나오고 있다면서,이는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활용할 수 있는 북한의 취약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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