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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우크라이나, 친러 후보 대선 승리


우크라이나의 공산정권을 몰아냈던 '오렌지 혁명'의 주역들이 최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몰락했습니다. 유셴코 현 대통령은 지난 달 1차 투표에서 일찌감치 탈락했고, 티모셴코 현 총리도 결선투표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전직 총리에게 패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우크라이나의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접전에 접전을 거듭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7일 끝난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율리아 티모셴코 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는데요, 득표율 차이가3%포인트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1, 2위를 한 두 후보가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린 겁니다.

) 대통령에 당선된 야누코비치 후보, 어떤 인물입니까?

답) 야누코비치 후보는 총리를 두 번이나 했던 거물급 정치인입니다. 친서방 성향의 티모셴코 총리와는 정반대로 친러시아 성향입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남부 지역이 지지 기반이죠. 야누코비치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대권 도전이었습니다. 지난 2004년에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민주화 운동인 '오렌지 혁명'으로 대통령 자리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 '오렌지 혁명' 당시에도 결선투표가 있었죠?

답)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야누코비치가 여당 후보로 나왔는데요. 그 때도 결선투표에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부정시비가 일면서 시민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시민들이 야당을 상징하는 오렌지 색, 감귤색이라고도 하죠, 이 색깔의 옷을 입거나 목도리를 걸치고 또 깃발을 휘두르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기 때문에 '오렌지 혁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시민들은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게 치른 집권여당에 강력하게 항의해서 결국 대법원으로부터 재선거를 치르라는 판결을 받아냈었습니다. 그리고 재선거에서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가 당선돼서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맡아왔습니다.

)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오렌지 혁명'의 주역들이 정치적으로 몰락하고 말았군요.

답) 그렇습니다. 유셴코 현 대통령은 지난 달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1차투표에서 일찌감치 탈락했습니다.5.5%의 득표율로 18명 후보 가운데 5위에 그치고 말았는데요. 정치 혼란과 경제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민의 신임을 잃었습니다. 야누코비치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갔던 티모셴코 현 총리도 '오렌지 혁명'의 주역이었죠. 유셴코 대통령이 혁명 이듬해인 2005년 새 정부를 세우면서 혁명 동지였던 티모셴코를 우크라이나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임명해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 '오렌지 혁명'의 주역들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줘야 했던 야누코비치 후보가 5년만에 설욕을 한 셈인데, 이렇게 상황이 뒤바뀐 이유는 뭡니까?

답) 지난 5년 동안 계속된 정국 혼란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05년 이후 3년 연속 연립정부가 붕괴돼 총선이 실시됐습니다.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 간의 불화가 근본적인 이유였는데요, 두 사람 모두 다음 대통령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습니다. 유셴코 정권이 들어선 뒤로는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는데요, 국제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결국 지난 2008년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습니다.

) 유셴코 정권에 실망한 국민이 야당에 다시 기회를 주기로 한 거군요. 그런데 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우크라이나의 주요 정치현안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입니까?

답) 친러시아 성향의 야뉴코비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아무래도 그동안 껄끄러웠던 러시아와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있었는데요, 유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정체성 회복과 친서방 노선을 강력히 추구하면서 러시아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켰던 게 사실입니다. 반면 야누코비치 당선자는 러시아 흑해함대에 대한 군항 임대도 연장해주겠다고 공약했구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도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도 '오렌지 혁명' 때처럼 부정선거 시비가 일고 있다구요?

답) 티모셴코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부정이 있었다면서 일부 투표소의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고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측은 티모셴코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제선거감시단도 이번 투표가 투명하게 치러진 만큼 패자는 선거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렌지 혁명' 당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의 공산정권을 몰아냈던 '오렌지 혁명'의 주역들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몰락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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