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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탈북 난민 입국 넉 달 째 전무


미국 정부가 2010년 회계연도가 시작된 이후 지난 달 말까지 탈북 난민을 전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넉 달째 탈북자들이 입국하지 않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는데요.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탈북자들이 지난 달에도 미국에 한 명도 입국하지 않았다고요?

답) 네, 미국 국무부의 난민 입국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달에도 탈북 난민이 전혀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해 9월 태국에서 탈북자 1명을 수용한 이후 전무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5월 미국이 탈북 난민을 처음 수용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넉 달째 93명에 머물러 있습니다.

문) 이런 상황이 자주 있는 겁니까?

답) 탈북자 입국이 넉 달째 전무한 것은 지난2007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 기간에는 거의 매달 탈북자들이 입국했고요. 중간에 몇 달 탈북자들이 들어오지 못한 적은 있지만 두 달 이상 계속되지는 않았습니다.

문) 이유가 뭔가요?

답)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거나 알아보겠다는 말을 할 뿐입니다. 하지만 탈북자 보호 활동을 하는 인권단체 관계자나 난민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예상된 결과라니요? 어떤 얘깁니까?

답) 과거에도 지적됐듯이 미국 당국의 까다로운 신원조회 절차와 한국의 존재, 그리고 복잡한 외교적 절차라는 세 가지 요인이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을 점점 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전에도 그런 지적에 대해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요.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답) 네, 북한은 미국과 수교관계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에 대한 신원조회가 다른 난민들에 비해 엄격하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난민 지위가 적합한 사람인지, 혹시 난민 신청자 가운데 정탐원은 없는지, 과거에 북한에서 국가보위부 등에 소속돼 인권을 탄압한 가해자는 아닌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죠. 그런데 미국 국토안보부와 정보 당국의 담당자는 제한돼 있고 절차는 매우 까다로운 데다가 과정도 매우 느려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제이 레프코위츠 전 북한 인권특사는 “정보 당국의 관료주의” 때문에 정탐 가능성이 매우 적은 인신매매된 탈북 여성과 어린 자녀들조차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 그럼 미국과 수교한 나라의 난민들은 상대적으로 입국이 쉽습니까?

답) 적어도 난민 입국통계는 그런 지적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탈북자 입국이 전무한 2010년 회계연도, 그러니까 지난 해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넉 달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6개 나라 출신 난민들이 미국에 입국했는데요. 모두 미국과 수교관계를 맺은 나라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기간에 버마 난민 5천 여명, 베트남 난민 5백 명, 중국 난민 30명이 입국했습니다.

문) 수교국은 신원조회 절차 뿐아니라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이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비수교국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입국이 어렵다고 꼭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비수교국인 이란의 난민들은 지난 넉 달 동안 1천 2백 여명이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문) 북한과 이란은 핵 개발 등 공통분모가 많은 나라인데, 왜 난민 수용에서 이런 차이가 나는 겁니까?

답) 대부분의 난민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한국’ 에서 찾고 있습니다. 난민은 말 그대로 정치, 종교, 인종 등 다양한 박해 때문에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본국으로 갈 경우 탄압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탈북자들은 다른 나라 출신 난민들과 달리 북한을 탈출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들을 자국민으로 인정해 보호하는 한국이 있다는 것입니다. 조엘 차니 ‘국제난민’ 부회장이나 앤 부왈다 쥬빌리 캠페인 대표 등 미국 내 주요 난민 전문가들은 과거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탈북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곳은 한국이라고 거듭 말한 바 있습니다. 언어 등 문화적인 이유 뿐아니라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정착교육을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고 정착장려금과 임대주택 등 최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탈북자들을 보호하는 난민 전문가들의 의견이 그렇다면 국익을 생각하는 정부 당국의 입장은 더 보수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지난 2년 이상 탈북자들이 미국에 꾸준하게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왜 최근 들어 이렇게 주춤하고 있는 겁니까?

답)미국 정부의 정책적인 변화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줄어서인지 더 확인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신원조회 절차가 계속되면서 아예 탈북자들의 미국행 의지가 꺾였다는 것인데요. 2년 이상 차가운 제 3국의 이민국 수용소나 외국 공관이 제공하는 시설에 머물면서 기약 없는 미국행을 기다리기 보다 차라리 한국에 가겠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태국에서 수 십 여명의 탈북자가 미국행을 선택했다가 기다림에 지쳐 한국으로 방향을 돌린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국에 정착한 일부 탈북자들마저 정착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고 이런 사실이 한국과 중국 내 탈북자 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미국행을 단념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 탈북자를 돕는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미국 정부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입국 보호를 명시한 북한인권법은 전시용에 불과하고, 이란과 비교해 볼 때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는 신원조회 절차를 이유로 탈북자 보호에 대한 의무마저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워싱턴에 있는 북한자유연합의 부의장인 이희문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넉 달째 안 오고 있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죠. 더구나 인권법안까지 통과해 법까지 만들고 예산까지 책정해 놓고 그렇게 한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봐요.”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를 통해 탈북자 10명 이상의 미국행을 지원했던 윤요한 목사는 아예 기대를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보호에 대한 공로로 용감한 미국 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윤 목사는 문화적으로 탈북자들에게 한국이 더 적합한 곳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목사는 그러나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에게는 기회와 희망의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 희망마저 꺾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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