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 가운데 하나였던 러시아가 이제는 그 같은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중국은 경제 대국을 넘어 앞으로는 과학 대국으로서의 입지도 굳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문) 먼저, 러시아부터 살펴보죠. 인류사상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던 과학 강국 러시아가 이제는 세계 과학계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인데요, 어떤 근거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인가요?
답) 영국 로이터 통신의 모회사인 '톰슨 로이터'사는 세계적인 금융정보회사인데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1981년부터 약 30년 동안 전 세계 과학전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집계한 결과, 러시아 과학자들이 쓴 논문은 12만7천 건으로 전체의2.6%에 불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미국이나 독일 등은 물론이고 인도와 중국 같은 나라들에게도 크게 뒤쳐지는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논문 수는 41만 5천 건으로 러시아의 3배를 넘었습니다.
톰슨 로이터 측은 다른 나라들의 연구 성과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기존 성과를 유지하는 데에도 힘겨워하고 있으며 물리학과 우주과학 분야 같은 데에서는 심지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한 때 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 가운데 하나였던 러시아가 이처럼 추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크게 두 가지가 꼽히고 있는데요, 첫째는 1991년 구 소련 붕괴 이후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현재 러시아 최고 연구 기관들의 예산은 유사한 미국 연구기관들의 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계속되고 있는 두뇌 유출인데요, 약 8만 명의 과학자들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 과학자들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이유로는 열악한 연구 환경과 관료주의, 그리고 현대적 연구시설의 부족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연과학뿐 아니라 이에 기반을 둔 원자력 같은 산업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문) 이런 가운데, 러시아 과학자들의 고령화도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러시아 과학원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국방 산업 같은 분야는 평균 연령이 60세라고, 군사 전문가인 파벨 펠겐하우어 씨는 말하고 있는데요, 젊은이들이 국방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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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월급을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 국방 분야 연구소들은 그 만큼 많은 월급을 줄 형편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펠겐하우어 씨는 대학들이 과학기술을 신세대 젊은이들에게 전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는데요, 부패한 교수들이 뇌물을 받고 학생들에게 좋은 학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문)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최대 국영석유 회사인 로스네프트가 연구 개발에 쓰는 돈이 전체 매출의 0.00015%에 불과하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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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과학 기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외국의 전문가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지금 연구 기반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현재로서는 해결의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문) 반면, 중국은 과학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죠?
답) 그렇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 이후 중국의 논문 건수는 64배 증가했는데요, 특히 화학과 재료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톰슨 로이터 측은 중국이 과학연구 분야에서 놀랄만한 성장을 보여 현재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지금 추세라면 202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08년을 보면, 중국이 발표한 과학연구 논문은 11만2천3백여 건으로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었지만, 지난 20년 동안의 논문 증가율을 보면 중국이 미국을 4배 이상 앞서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전망이 나오는 것입니다.
문) 중국이 과학연구에서 이런 성과를 거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요?
답)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학교와 연구기관에 투자하는 연구비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을 훨씬 앞지르고 있으며, 기초 과학을 상업기관에 접목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것 역시 도움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등에 나가 있는 실력 있는 유학생들에게 중국 본토와 현지를 오가며 연구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배려한 것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