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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북한 주민들, 화폐개혁으로 3중고’


북한이 심각한 화폐개혁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화폐개혁으로 모아둔 돈을 잃은데다 쌀값은 오르고, 장마당을 이용할 수 없는 3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내부 소식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실시한 지 석 달째 접어 들고 있지만 이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북한의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는 서울의 김대성 고려북방경제연합회 회장은 최근 장마당에서 주민들이 안전원과 자주 싸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 내부적으로 반발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안전원 있잖아요, 경찰. 옛날에는 안전원이 단속하면 아무 대꾸도 못했는데 요즘은 장마당에서 안전원과 막 싸우는 상황까지 갔대요, 요즘 날은.”

김대성 회장은 또 북측 인사로부터 최근 식량난이 심각해 굶어 죽는 사람이 나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말을 들어보니까, 지금 막 굶어 죽는데요. 그러니까 상황을 보니까 자기네도 이러다가 굶어 죽을까봐 그러는 겁니다.”

북측 인사와 연락을 하고 있다는 한국 내 탈북자 이숙 씨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화폐개혁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국정가격으로 낮게 해놓고, 본래 또 무슨 기차 값이나 그런 것은 그냥 그대로 두고 하여튼 불균형적인 물가가 제정됐다고 불평하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지난 2008년에 탈북해 북한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김은호 씨는 최근 탈북자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굶어 죽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량이 지금 시장에 나오지 않으니까. 아사자가 발생한다는 말이 돌고, 실제 발생하고 있어요”

탈북자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주민들은 화폐개혁으로 인해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90년대 북한에서는 장사 등을 통해 돈을 모은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지난 번 화폐개혁으로 모두 돈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됐다고 이숙 씨는 말했습니다.

“돈을 있는 대로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몇 프로만 바꿔주니까, 돈이 다 무효가 되고, 사람들이 다 평민이 되고 말았죠.”

또 다른 불만은 연일 치솟는 물가입니다. 탈북자 김은호 씨는 북한의 쌀값이 25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전화를 해보니까, 쌀 1킬로그램에 5백50원부터 6백원을 해요. 5백원이라면 25배 올랐죠.”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장마당을 단속하는 것에도 큰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90년대 중반 시작된 장마당은 이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될 곳’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 70% 이상이 장마당에서 쌀과 의류 등 생활 필수품을 구입합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장마당을 못하도록 단속하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탈북자인 김승철 씨는 말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지를 않아요.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안 되니까. 악순환이죠. 물건을 안 해놓으니 값은 올라가고, 값은 올라가는데 공급이 안되니까, 값은 더 올라가고 그런 상태죠.”

북한의 조선작가동맹 출신으로 지난 ‘98년에 탈북한 최진이 씨는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이 당국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이 혼란이 일어나고 그러니까, 권력기관에서 아무리 이렇게 해라’ 그래도 이해관계가 없으면 받아들이질 못하는 거예요.”

탈북자들은 북한 정부가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지 않을 경우 화폐개혁으로 인한 혼란이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며, 이 문제가 내부의 정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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