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화폐개혁 이후 북한 내 물가와 환율이 크게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에서 북한으로의 곡물 유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최근 북한 내 식량 사정 등과 관련한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의 화폐개혁 이후 내부적으로 여러 혼란 상황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과 인접한 중국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관련 소문들이 늘고 있다구요?
답) 네.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으면서도 북-중 간 교역 중심지이기도 중국 단동을 비롯해, 선양시, 훈춘, 옌볜 등지에는 요즘 한국과 일본, 서방 국가의 언론매체, 정보기관 관계자, 정보 수집가 등이 그 어느 때보다 몰려 들어 북한과 관련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에 따른 시장 폐쇄, 외화사용 금지 등을 단행한 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임박설이 흘러 나오면서 대북 정보를 파는 이른바 대북 정보 브로커들은 거의 연일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요, 일부 대북 정보 브로커들은 한몫을 챙기거나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북한 내부 정보를 계속 흘리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화폐개혁 조치 이후 시장이 가동되지 않아 쌀값 등 물가가 급등해 북한 함경도 등 산간지역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고, 또 중국 내 북한 접경지역에서는 납치해온 북한 여성들을 팔아 넘기는 인신매매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고위층 내부에서 화폐개혁이 실패했다는 비판과 함께 화폐개혁을 주도한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재정관리부장)가 경질됐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습니다.
문) 화폐개혁 이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쌀을 비롯한 곡물 수입을 늘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는데요, 어떤 상황인가요?
답) 화폐개혁 이후 북-중 접경지역 교역이 주춤한 가운데, 최근 북한 쪽 무역종사자들이 중국 접경지역에서 들여가는 물품은 쌀을 비롯한 곡물과 식료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에서 화폐개혁 이후 두 달 동안 쌀값 등 물가가 연일 폭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화폐개혁 직후 쌀값은 1㎏당 44원 정도였지만 연일 오르면서 중국과 가까워 물자 확보 여건이 나은 신의주에서조차 300원가지 치솟았고, 함경도 등 산간지역에서는 4000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고 언론들이 대북 소식통과 무역업자들의 말을 따서 전했습니다.
문) 중국과 북한 당국은 무역 종사자들의 곡물 교역을 강력히 통제하지 않고 있나요?
답) 중국 단동 현지 대북 무역종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근 화폐개혁 이후 북한에서 쌀값이 크게 뛰면서 식량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중국과 북한 세관 당국은 북한 무역 종사자들의 공산품 수입은 통제하고 있으면서도 곡물과 식료품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북한주민들의 식량과 각종 물품 구입 통로 역할을 해온 이른바 장마당이 화폐개혁 조치 이후 크게 위축돼 식량의 유통도 막히고 북한 당국의 식량 공급도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 가운데, 북-중 무역상들은 연일 오르는 쌀값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쌀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쌀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이라고 중국 내 대북 무역 종사자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탈북자나 식량난을 겪는 북한주민들이 넘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지요.
답)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 중국 옌볜(연변)조선족자치주 훈춘시의 반스진 농민들은 지방 정부와 군부대의 지원을 받아 국경순찰대를 꾸려 지난달 1월 10일부터 북-중 국경 경비에 나섰다고 최근 중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중국 훈춘 지역에서 두만강 상류 지역은 개울만 건너면 국경을 넘을 수 있어 북한 주민들의 주요 탈북 루트로 이용돼 왔는데, 탈북 외에도 식량난을 겪는 북한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 농가에 침입해 음식이나 옷가지를 훔쳐가는 사례도 자주 발생해 중국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어서 치안 강화를 위해 자체 순찰대를 조직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탈북자나 북-중 국경을 넘는 북한인만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지만요,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해 말 6년여 동안의 작업 끝에 국경지역의 모든 검문소에 디지털 감시체제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해방군은 국경지역의 검문소에 수천 대의 감시카메라와 10여 곳의 감시센터를 갖췄고, 순찰통로를 구축하고 육상 국경지역에는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문) 그런데, 북-중 무역상들이 무역대금으로 주로 사용하는 미국 달러도 크게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북-중 접경지역의 무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겠군요?
답) 네. 북한 정부가 화폐개혁 이후 외화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고 중국 내 대북 무역종사자들은 전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화폐개혁과 함께 고시한 공식 달러 환율은 1달러당 96.9원이었지만, 그 뒤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최근 1달러당 500원에서 800원까지 올랐다는 것입니다. 앞서 100대 1로 이뤄진 북한의 화폐개혁 이전에 북한 내 암시장애서 달러 환율은 1달러당 4000원 안팎이었는데요, 그만큼 북한의 새 화폐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이 외화유통을 단속하면서 북한의 무역상들도 무역대금으로 사용할 미국 달러 등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북한 무역상들이 중국 무역 파트너에 주문하는 물량도 줄고 대금 지급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