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오늘 (19일) 개성에서 해외공단 공동시찰 평가회의를 열었습니다. 내일(20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는 새해 들어 남북 당국간 첫 접촉인데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초강경 성명이 나온 직후 열리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 당국은 19일 개성에서 지난 해 12월 가진 해외공단 공동시찰에 대한 평가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새해 들어 남북 당국간 접촉으로는 첫 번째로 열리는 회의입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최근 북한 국방위원회가 한국 내 일부 언론이 보도한 한국 정부의 북한 급변사태시 비상행동계획과 관련해 초강경 성명을 낸 직후의 만남이어서 더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1박 2일 간 두 차례 회의가 예정돼 있는 이번 접촉 가운데 이날 첫 회의는 오후 2시쯤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열렸습니다.
북한은 회의에서 국방위 성명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문제는 일체 거론하지 않고 개성공단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북한은 기조발제나 협의 과정에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 등 공단 외적인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며 "아주 진지하고 실무적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측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해 12월 남북이 합동으로 시찰한 해외공단 중 신속하고 편리한 통행.통관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던 공단에 성공 요인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해외공단 공동시찰이 개성공단을 활성화해 나가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남북이 함께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며 해외공단의 장점과 특징을 나름대로 분석했다고 통일부는 전했습니다.
한국 측은 이번 평가회의에서 통행.통관.통신 등 이른바 3통 문제와 한국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를 집중 논의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북측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인상과 근로자 숙소, 출퇴근 도로 건설 문제 등을 선결과제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 해 주장했던 임금 3백 달러 요구를 다시 꺼내진 않더라도 최근 시찰한 중국과 베트남 공단의 1백~2백 달러선으로 요구 수준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이 같은 임금 인상을 선결조건으로 고집할 경우 협상이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로선 연간 최대 5%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한 기존 합의에 위배되는 사항인데다 성격상 정부가 기업을 대신해 협상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한 협의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회의의 한국 측 대표인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북한으로 들어가기 직전 기자들에게 이번 만남이 개성공단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습니다.
"그 평가에 기초해서 우리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어떤 과제가 해결돼야 할지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는 그런 기회입니다."
김 대표는 특히 "쉽게 해결될 문제는 다음 실무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겠다"고 밝혀 이번 평가회의가 개성공단 실무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이 해외 공동시찰 과정에서 3통 관련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등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이번 평가회의에서 여러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의 조율을 거쳐 본격적인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통해 일정 부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평가회의에선 어느 정도 조율을 하고 그 다음에 실무회담에서 타협하지 않을까, 그 타협의 대상은 결국은 적정 임금선을 합의하는 것하고 그 다음에 3통 부분에 대해서 북한이 어느 정도 협조해 줘야 할 부분, 북한 근로자의 공급 문제, 그 다음에 우리 쪽에선 기숙사와 탁아소 건립 문제에서 어느 정도 답을 주는 그런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정치적 현안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상했던 대로라는 반응입니다.
'보복 성전'까지 언급했던 국방위 성명 내용 때문에 한때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회의가 당초 일정대로 열리게 됐고, 회의 기간도 한국 측의 요구대로 1박2일로 연장한 점 등을 미뤄볼 때 북한의 의중이 판을 깨려는 데 있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박사입니다.
"국방위 성명은 아마 국방위 차원에서 군부 쪽에서 나온 것 같구요, 또 남쪽을 상대하는 실무 차원에선 또 실무회담을 진행시키는 이런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남북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 1차 회의를 마무리 하고 각각 저녁식사를 한 뒤 20일 오전 10시 2차 회의를 갖고 개성공단 발전 방향에 대한 종합토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