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결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시작돼 미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동성 간 결혼을 과연 허용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어왔는데요, 이 문제는 연방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동성결혼에 대한 연방법원의 심리가 시작됐군요.
답) 그렇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이 지난 11일 동성결혼과 관련한 사건 심리에 들어갔습니다. 동성 한 쌍이 합법적인 결혼을 허용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인 겁니다.
문)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주민발의안 8호'를 문제 삼고 있다구요.
답) 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주민발의안 8호'에 따라 동성결혼이 금지돼 있습니다. 지난 2008년 11월 투표에서 이 발의안이 52%의 찬성으로 통과됐고, 지난 해 5월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도 이 발의안의 합법성을 인정했습니다. '주민발의안 8호'는 캘리포니아 주 헌법을 수정해서 동성결혼 금지를 명문화하자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발의안이 통과됨으로써 캘리포니아 주 헌법에 "남성과 여성 간의 결혼만이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문)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거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는데, 이걸 굳이 주 헌법에 명문화한 이유는 뭡니까?
답)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5월 주 대법원은 성적인 경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건 주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동성결혼을 제한하는 주 정부의 조치들을 무효화했습니다. 이 판결에 반발한 보수인사들이 아예 주 헌법을 바꾸기로 하고 '주민발의안 8호'를 제기해서 결국 통과시킨 겁니다. 이에 따라 현재 캘리포니아 주 헌법이 동성결혼을 원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만큼 동성애자들이 더 이상 주 대법원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문) 동성결혼 지지자들이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더 이상 법적으로 해 볼 도리가 없으니까 연방법원에 청원을 한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좀 복잡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미국이 연방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실 겁니다. 연방주의는 중앙정부와 주 정부들이 권력을 나눠 갖고 있는 걸 말하는데요, 법원도 연방법원과 주 법원으로 나눠져 있고 헌법도 연방헌법이 있고 각 주마다 헌법이 따로 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이제 연방법원에서 심리가 시작됐는데,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어떤 논리를 폈습니까?
답) 소송을 제기한 동성 한 쌍이 직접 증인으로 나와 자기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동성끼리 사랑하는 걸 이상하게 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올해45살의 페리 씨는 한 때 남자친구를 사귀어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지만, 같은 여자들에게 더 관심이 가는 걸 어쩔 수 없었다면서 이런 성적인 성향을 바꾸기에는 이미 나이가 너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페리 씨의 변호인은 '주민발의안8호'가 연방 수정헌법 14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수정헌법 14조는 누구나 주 정부로부터 평등한 법적 보호를 받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문) 동성결혼 반대자들의 논리도 궁금한데요.
답)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인간의 오랜 전통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동성끼리 결혼할 수 있게 된다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겁니다. 동성결혼 반대자들은 특히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경우 어린이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자칫 성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문) 이번 심리에서는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변호인 2 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데, 이유가 뭡니까?
답) 두 사람이 지금은 한배를 타고 있지만 지난 2000년 당시만 해도 서로 반대편에 섰던 사이입니다. 데이비드 보이스와 테오도르 올슨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 개표와 관련해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가 법정공방을 벌일 때 보이스 씨는 고어 후보, 올슨 씨는 부시 후보의 변호인을 맡았습니다. 미국에서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기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인 올슨 씨가 변호인을 맡은 사실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올슨 씨는 이번 소송 건은 정파를 떠나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한 권리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문) 연방법원의 심리는 언제 끝납니까?
답) 최소한 3주 정도는 지나야 심리가 마무리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몇 차례 심리가 더 있을 예정인데요, 전문가들과 양측 입장을 지지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추가로 증인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연방법원에서 판결이 나더라도 패한 쪽이 항소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국 이 문제는 연방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동성결혼의 합법성에 관한 연방법원의 심리가 시작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