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국 통화 볼리바르화를 최대 50% 평가절하 한 이후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는 등 경제불안 상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 군까지 동원해 강경대응에 나섰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베네수엘라가 5년 만에, 그러니까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 했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8일 볼리바르화를 평가절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외국 화폐에 대해 베네수엘라 화폐의 가치를 낮춘 것입니다. 기존의 환율은 1달러 당 2.15 볼리바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부터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은 1달러 당 2.6 볼리바르로 17% 평가절하됐고요, 생필품을 제외한 차량과 전자제품 등의 교환비율은 50% 평가절하 된 1달러 당 4.30 볼리바르로 책정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미국산 TV를 사려면 평가절하 전보다 2 배의 베네수엘라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죠.
문) 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이자 세계 6위의 산유국인데요. 원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원유 달러'의 가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답) 원유 역시 생필품에 포함되지 않고요, 따라서 원유를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 또한 이전보다 2 배의 볼리바르화로 교환됩니다. 이번 볼리바르화 평가절하 조치가 취해진 것은 바로 이 원유 달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정부 예산의 거의 절반이 원유 달러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문) 이런 조치를 통해 베네수엘라 정부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할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요?
답) 전문가들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선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최근 들어 정전과 수도가 자주 단절되면서 일반 국민들의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원유 수출 대금의 가치가 커져 정부 예산이 늘어나면 차베스 대통령이 국민들의 인기를 끌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선심성 사업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문) 새로운 화폐 가치가 도입된 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평가절하 조치가 발표된 이후 시민들은 각종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전자제품 상점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물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도 카라카스의 한 건축가 라파엘 로드리게즈 씨는 지난 9일에는 텔레비전을 구입했고요, 사흘 뒤에는 아이들을 위해 전자 놀이기구를 샀습니다. 로드리게즈 씨는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물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가게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렇죠. 베네수엘라 화폐의 가치가 외국 화폐보다 2 배나 떨어졌으니까 수입 물품은 그만큼 비싸지겠군요.
답) 그런데 차베스 대통령은 물건 값을 절대로 올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0일 라디오와 TV로 생중계된 일요 정례연설을 통해 "현재로서 가격을 올릴 어떠한 이유도 없다"며 가게의 규모나 분야에 관계 없이 정부가 개입할 것이며 투기를 예방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가격을 올린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부가 해당 가게들을 빼앗아 종업원들에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업자들이 외국에서 사오는 물건 값이 2 배 비싸졌는데, 소비자들에게는 예전과 같은 가격으로 팔라고 하면 손해가 막심할 텐데요.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정부 지시가 잘 안 지켜질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이미 11일 상품 가격을 인상한 상점들이 70곳 적발됐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가수비대를 동원해 이들 상점을 폐쇄했습니다. 차베스 대통령은 아울러 민간 기업들의 가격 결정을 감시하기 위한 반투기위원회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군대를 동원해 무력으로 막겠다는 것이군요. 이 방법이 효과를 볼까요?
답)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 절하로 이미 지난 해 25%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결국 빈민층에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기록한 25%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올해 인플레이션률은 최대 60%로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소비자물가 당국은 자국의 인플레이션률이 20에서 2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Outro: 3년 전 차베스 대통령은 '강한 볼리바르화'를 내세우며 볼리바르화의 가치를 1천 배 올리는 화폐개혁을 단행했었는데요. 당시 화폐 평가절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했었는데 결국 선거를 앞두고 시장에 혼란을 주는 화폐 절하 조치를 단행했군요. 베네수엘라의 화폐 절하 조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