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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화협정 파상공세, 5자간 균열 겨냥?'


북한의 평화협정 회담 제의를 둘러싸고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 외교적인 수싸움이 치열합니다. 북한의 외국주재 대사들은 돌아가며 평화협정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는데요, 6자회담의 나머지 5개국 간 공조를 흔들고 앞으로 6자회담 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평화협정 회담을 제의한 이후 이를 쟁점화하려는 공세적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베이징과 모스크바, 유엔 등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의 주요 대사들이 돌아가며 외신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이 새롭게 시작될 6자회담에 앞서 의제를 선점하고 논의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내세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철회와 평화협정 문제를 5자 간 공조체제 흔들기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화협정 회담 상대방으로 한국을 배제하려는 태도를 취하면서 회담 방식은 미국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미-한 간 공조의 균열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입니다.

“지금 북한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은 협상의 대상 상대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얘기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대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과거의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또 3자 혹은 4자라고 그래서 그 3자에서 과연 중국이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를 가지고 중국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했던 적이 있었구요, 그런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평화협정 공세를 하면서도 국제사회를 분열시키려는 그런 의도의 측면도 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최진수 주중국 북한대사는 지난 12일 정전협정 당사자로 미국과 중국을 거론했고, 이어 김영재 러시아주재 북한대사는 “평화회담은 6자회담 내 또는 별개로 열릴 수 있다”며 “미국에 평화회담 형식에 대해 결정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진전이 먼저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의 제의에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평화협정 문제를 부각시켜 비핵화 논의의 초점을 흐리려는 북측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보조를 맞춘 대응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대북 제재 철회에 대해 미-한 간 미묘한 입장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11일 “북한이 우선 6자회담에 복귀해야 제재 완화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6자회담 복귀는 물론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제재 완화가 검토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차이가 느껴진다는 설명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북한의 평화협정 제의 이후에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나름대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하려고 했던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되고, 한국도 역시 유사성은 있지만 한국은 오로지 선 비핵화, 여기에 맞추다 보니까 나름대로 좀 더 강한 입장을 보인 것이 아닌가 이렇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도 저마다 새롭게 재개될 6자회담에 대비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평화협정 제의에 일단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각 당사국의 공동 노력으로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재개될 6자회담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평화협정도 중국에겐 불리한 게 아니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박사입니다.

“어차피 중국은 이제 북한을 좀 타이르면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평화협정 제안을 중국 입장에서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는 좀 힘들 것 같고 다만 이제 미국과 한국의 일종의 분위기를 봐가면서 그 대응의 수위를 조절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도 북한의 제의에 선을 긋기 보다는 일단 6자회담에서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13일 한국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문제도 중요하고 평화협정 문제도 중요하다”며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이 토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일본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쟁점에선 일단 비껴 나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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