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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생일…북한 언론 후계 암시 글 일제히 게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생일로 알려진 오늘 (8일), 북한의 주요 관영매체들이 김정은의 후계 세습을 암시하는 글과 노래들을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기념행사 등 북한 내 움직임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생일로 알려진 8일 북한 주요 관영매체들이 후계 3대 세습을 강하게 암시하는 글과 노래들을 일제히 내보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향도의 당을 위해!’라는 제목의 정론 끝 부분에 “위대한 태양의 모습, 백두영장의 모습으로 찬란할 조선의 무궁번영한 미래를 위해 축배, 축배를 들자”라는 일종의 건배사를 실었습니다.

정론에는 또 “축포의 대시위가 민족적 대경사였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지난 해 김일성 주석 생일과 노동절에 평양 대동강 유역에서 펼쳐진 ‘야회축포’ 행사를 찬양한 것으로, 이들 행사는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인 ‘청년전위’도 이날 2면과 3면에 걸쳐 ‘만경대의 혈통, 백두의 혈통을 꿋꿋이 이어가는 주체 조선의 앞날은 끝없이 밝고 창창하다’ 등의 특집기사를 내보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권력세습을 상징하는 표현들이 김정은의 생일에 새삼 강조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입니다.

“만경대 혈통, 백두 혈통이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그런 표현들이 세습을 의미하는 대표적 표현으로 볼 수가 있고, 새 시대에 찬란히 펼쳐 갈 향도의 빛발이 누리에 차 넘친다든가 이것은 미래에 대한 암시, 시사 이런 표현으로 볼 수가 있고 그래서 정론 자체는 후계 구도와 연관이 있다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이날 아침 정시 뉴스가 끝난 뒤 ‘축배를 올리자’라는 제목의 가요곡을 방송했다고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언론들은 김정은의 생일을 기념하는 조직적 행사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 단체 등은 현지 통신원의 말을 빌어 지난 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에서 당 하급기관에 김정은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라는 지시문을 내려보냈다고 전했었습니다.

한국 내 일부 북한 소식지는 북한이 7일 저녁 당.군.정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중앙보고대회를 열고 1월8일을 민족명절로 지정했다는 현지 소식통의 말을 전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국가기념일에 열리는 중앙보고대회는 북한 언론에서 보도하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며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도 정상근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기념행사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북한 언론이 밝히지 않은 내부행사까지 포착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 작업이 아직은 북한 내부에서 공식화할 단계가 아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념행사도 당 차원에서의 제한적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몇몇 소식통의 말이나 북한 매체의 일부 표현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설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일단 부자 세습에 대해선 나름대로 북한 당.정.군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 상태에선 아들 셋 중에서 김정은이가 조금 앞서 있다 그 정도인 것이지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내정됐다, 저는 그 정도로는 보지 않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도 “김정일 위원장이 당장 북한주민에게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데는 아직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이를 위한 사전작업에 힘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작년에는 주로 권력층 내부 차원의 후계작업이 이뤄졌다면 올해는 아래로부터의 후계작업, 특히 이제 후계자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그런 노력들이 취해질 가능성이 있어요.”

김정은의 생일이 1월8일이라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리 겐지 씨가 처음 밝힌 것으로,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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