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북한의 첫 경제자유무역지대로 한때 관심을 끌었던 라선시를 최근 특별시로 승격시켰습니다.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 등에서 대외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의 움직임으로 풀이돼 후속 조치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북한 최초의 경제자유무역지대인 라선시를 ‘특별시’로 지정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정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를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라선시를 방문해 현지 지도를 하면서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킬 것과 외자 유치를 활발히 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의 도시들 가운데 특별시는 라선시가 유일하며, 라선시를 평양과 동격으로까지 키우겠다는 얘기가 북한 내에서 나오고 있다”며 “특별시 승격에 따른 행정 업무와 외자 유치를 위한 제도 마련 등으로 라선시 분위기가 매우 분주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평양시는 직할시로, 그리고 라선시는 개성시와 남포시 등과 함께 특급시로 운영해왔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라선시의 특별시 지정이 북한이 연초부터 대외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 벌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대외무역 활동을 강조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입니다.
“특별시라는 것은 그만큼 ‘정책을 집중을 하겠다’라는 게 있겠구요, 그 다음에 북한에서 특별시라는 거는 이른바 특별하게 다루는 지역이죠, 그러니까 나선 지역을 외자 유치를 위한 어떤 실질적인 개방 지역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선시는 지난 1991년 12월 함경북도 라진과 선봉 두 지역을 묶어 북한이 첫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한 도시였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물류 중심 형태로 발전하기 좋은 입지로, 1990년대 중반까지도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 기업들까지 이 곳에 관심을 뒀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으로부터의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기업 활동 허가 등 북한으로선 파격적인 운영 원칙을 적용했던 라선시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로 외국인들의 통행과 자본 이동 자유화 등 경제특구로서 필요한 핵심 조치가 뒤따르지 않은 점을 꼽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특별시 승격 이후 북한 당국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박사는 북한이 과거와 같은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라선시가 특별시로 승격돼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 선택의 여지가 그것 밖에 없기 때문에 다시 또 추진하는 거죠. 그러니까 중국과의 관계가 최근에 경제적인 관계가 조금 밀접해지고 남한 쪽에서 투자할 가능성이 일부 있다고 하는 그런 희망적인 기대심리, 이런 것들이 곁들여져서 또 체제에 최소한도로 영향을 적게 줄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하다 보니까 또 과거 했던 나진, 선봉이 선택됐다는 거죠.”
북한은 최근 들어 라선시를 살리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지난 해 7월 라진과 하산 간 철도 복원과 라진항 개선에 러시아와 합의하고 지난 해 말 이를 위해 1억4천만 유로의 출자를 완료했고, 중국과는 최근 라진항을 중계무역과 보세, 수출 가공이 가능한 국제물류기지로 합작개발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명철 박사는 중국과 러시아, 한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관계와 이들 국가로부터의 투자 유인책 마련에 라선시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