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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쿠바,  미국에 다시 적대적 태도 보여


지난 해 바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던 쿠바가 다시 적대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은밀하게 쿠바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이 있었는가 하면, 미국의 침공에 대비한 대규모 군사훈련도 실시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오바마 행정부가 1년 전 출범할 당시만 해도 쿠바가 상당히 많은 기대를 걸었었죠.

답) 그렇습니다. 보수적이고 강경한 외교정책에 의지한 전임 부시 행정부에 비해 오바마 행정부는 협상을 강조하는 외교정책을 내세웠는데요, 대 쿠바정책에서도 제재 일변도의 태도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쿠바 정부도 이런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있는 미국 이익대표부 건물 앞에 미국을 비방하는 선전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자 쿠바 당국이 이걸 철거했구요, 반미 발언들도 잦아들었습니다.

) 이런 기대에 부응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쿠바 정책을 취임 초기에 내놨죠?

답) 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4월 쿠바계 미국인들의 모국 방문 제한과 송금 규제 조치를 풀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1년에 한 번만 쿠바 방문이 허용됐고 쿠바에 있는 가족들에게 1인당 1천2백 달러까지만 송금할 수 있었는데, 이런 제한이 없어진 겁니다. 이 밖에도 미국 통신회사의 쿠바 영업이 허용돼서, 쿠바와 광통신 케이블을 연결하고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미국과 쿠바 간 외교 접촉도 활발해졌죠?

답) 지난 해 7월 미국이 쿠바 측에 이민, 우편 협상을 제안해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지난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끊어졌던 두 나라 간의 우편업무를 재개하고, 쿠바 출신의 불법이민자 문제를 합리적으로 처리할 방안을 만들자는 겁니다. 미국은 쿠바가 마약과 테러, 열대성 태풍 허리케인 등과 관련해서도 협력할 뜻을 보였다면서 협상 분야를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9월에는 미국 국무부의 윌리엄스 부차관보가 쿠바를 방문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미국의 고위 관리가 쿠바를 찾은 겁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 그러던 쿠바가 미국에 대해 다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달 국회연설에서 미국을 격렬하게 비난했는데요, 오바마 행정부가 은밀하게 쿠바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카스트로 의장의 이 발언은 미국인 한 명이 쿠바 시민단체들에 통신장비를 준 혐의로 쿠바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온 것입니다. 미국이 쿠바 반체제인사들을 부추겨서 쿠바 공산정권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게 카스트로 의장의 주장입니다.

) 쿠바의 최고 지도자가 공식적으로 한 발언인 만큼 미국과의 관계에 상당한 영향이 있겠네요.

답) 쿠바 공산정부가 지난 수 십 년 동안 미국에 대해 가져왔던 불신감이 되살아났다고 풀이할 수 있겠는데요, 알라르콘 국회의장도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만큼 가까운 장래에 미국과의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알라르콘 의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계 미국인들의 모국 방문과 송금을 자유화 한 조치 역시 작은 변화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 사실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 이전에도 양국 간 관계 악화의 조짐이 있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지난 해11월 말에 쿠바가 미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쿠바 군 당국은 미국과의 정치, 군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개발도상국들의 말을 듣지 않고 미국의 입장을 강요했다는 겁니다.

) 쿠바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요?

답) 이민, 우편 협상이 연기된 것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달로 예정돼 있던 협상이 오는 2월로 연기되면서 쿠바는 그동안의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과연 쿠바와 관계를 개선할 강력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거죠.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쿠바의 인권이 개선되고 민주주의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겠다는 건데요, 쿠바 정부가 당근은 별로 없고 채찍만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카스트로 의장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양국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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