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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화폐개혁 후유증 심각할 것’


북한이 화폐개혁을 실시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화폐개혁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내년에 이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문가들의 시각을 취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 30일 옛날 돈과 새 돈을 1백 대 1로 바꾸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옛날 돈을 일정 한도 내에서 새 돈으로 바꿔주는 한편 주민들의 월급도 인상해 지급했습니다.

북한 중앙은행 당국자는 이후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회견에서, “물가 오름세를 잡고 근로자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화폐개혁을 실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박사는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박사는 북한 당국이 ‘모순적 조치’를 취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화폐를 1백 대1로 교환해 시중에 풀린 돈의 총량을 줄여 물가를 잡겠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상인들의 돈을 빼앗고 장마당을 위축시킨 것이라고 해거드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로 장마당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아 결과적으로 물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 등 한국에서 발행되는 대북 소식지에 따르면 북한은 근로자들에게 새 돈 1천원~3천원을 월급으로 지급했습니다. 또 국영상점에서 쌀을 킬로그램 당44원 정도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북한의 근로자가 월급으로 고작해야 1~2 킬로그램의 쌀 밖에 살 수 없었던 것에 비교하면 물가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평양의 대외보험총국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현재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월급을 1천5백원 받는다고 하면 내가 국가에 44원을 주고 쌀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살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김광진 씨는 북한 당국은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등 경제난을 겪으면서 물자 공급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국영상점이 앞으로 계속 킬로그램당 40원대에 쌀을 공급할 수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은 장마당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물가는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어떤 현상이 벌어졌냐 하면, 군인들에게는 국가 창고에 회수가 안되니까 현지 농장에서 쌀을 조달해 가라는 시스템까지 생겼거든요. 그건 국가 창고에 쌀이 회수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농민들도 분배만으로 살 수 없고, 국가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되는데, 그게 회복이 안됐습니다, 전혀.”

한편 워싱턴 일각에서는 북한주민들이 이번 화폐개혁을 계기로 김정일 정권에 반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 대니얼 블루멘털 선임 연구원과 레슬리 포가흐 연구원은 28일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기고를 통해, 김정일이 이번 화폐개혁으로 장마당 상인들의 돈을 빼앗았다며, 이로 인해 북한 내부에서 저항의 조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루멘털 연구원입니다.

"블루멘털 연구원은 북한주민들이 화폐개혁에 반발해 이제 못쓰게 된 옛날 돈을 태우는 등 정권에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가정보원의 원세훈 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화폐개혁으로 혼란한 상태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해, 상반된 견해를 밝혔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내년에 화폐개혁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이상 북한 경제의 물자 분배와 유통 기능을 담당해 왔던 장마당이 위축됨으로써 경제가 뒷걸음 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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