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지난 10월 실종된 뒤 변사체로 발견된 중국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피살됐다고 주장하며 중국 당국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선양주재 북한 총영사관 김모 영사 사건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답) 중국에 있는 북한 당국 관계자는 이틀 전 이곳 외신기자들과 만나 중국 랴오닝성 선양 소재 북한 총영사관 소속 김모 영사가 지난 10월 사망한 것과 관련해, 김 영사가 피살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북한 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 외교관들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일이라면서, 중국 당국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김영사의 사망에 대해 북한쪽에서피살됐다고주장한것은이번이처음인가요?
답) 네.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 소속 김 영사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당국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북한 쪽이 공개적으로 자국 영사의 피살을 주장하며 중국 당국의 조치를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요, 북한 당국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당초 자살로 종결 지어진 것으로 보였던 김 영사 사망 사건은 북-중 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문) 김영사의실종과사망경위를 좀 설명해 주시죠.
답) 북한 쪽 주장과 외신보도, 외교가 얘기를 종합해 보면, 선양 주재 북한 총영사관에서 경제 분야를 맡아온 40대 중반의 김모 영사는 지난 10월 6일 오전 은행에 다녀오겠다며 영사관을 떠났습니다. 김 영사는 오후 1시쯤 아는 사람과 점심을 먹고 있으며 곧 돌아가겠다고 전화로 보고했지만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연락이 끊겼다는 것입니다. 북한 선양총영사관은 이튿날인 10월 7일까지 김 영사가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중국 공안 당국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그 뒤 김 영사 실종에 대한 중국 공안의 조사에 진척이 없다가 실종 신고 뒤 열흘이 넘은 10월 19일 한 중국인이 선양의 훈허 강변에서 김 영사의 신분증을 주워 북한 총영사관에 갖다 줬습니다. 북한 쪽은 김 영사의 신분증을 중국 공안에 제시했고, 이틀 뒤인 10월 21일 공안은 선양에 있는 한 병원의 시체보관실에 안치돼 있던 김 영사의 시신을 확인시켰다는 게 북한 쪽 설명입니다.
문) 북한이 김 영사가피살됐다고보는근거는뭔가요?
답) 북한 당국의 관계자가 중국 내 외신기자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먼저 숨진 김 영사의 온 몸이 멍 투성이였고, 머리에도 흉기에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15㎝ 크기의 상처가 있었다는 점에서 김 영사는 피살된 것이 분명하다는 게 북한 쪽 주장입니다.
또한 북한 당국은 김 영사가 자살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었고, 또 만일 자살했더라면 남겼을 만한 유서가 없다는 점을 들면서 여러 정황상 자살이라고 볼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김 영사가 그간 평소 성실하게 근무했고 착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게 북한 쪽에서 흘러 나오는 주장입니다.
문) 북한쪽은중국공안당국의김영사사건 처리과정에대해서도불만을표시하고있다지요?
답) 네. 북한 쪽은 김 영사 사망에 대한 중국 측의 안이한 대처에 불만을 표시했는데요, 김 영사의 시신은 북한 쪽에 인계되기 일주일 전에 선양 현지 중국 주민들이 훈허 강에서 우연히 발견해 건졌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시체보관실에 안치됐었는데, 중국 공안이 사건 수사에 적극적이었다면 변사체로 처리된 김 영사의 시신을 훨씬 일찍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북한 쪽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문) 중국에있는북한 사람들은이번 김 영사의죽음을놓고자살과피살 설이엇갈리고있는점에대해어떤반응을보이고있나요?
답) 베이징에 사업, 연수, 유학 목적으로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은 지난달 초 선양 총영사관 영사가 숨진 채 발견 된 뒤 관련 소식을 대부분 전해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북한인들은 지난 달 중순 북한 영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사인에 대해 궁금증을 표시했는데요, 이번에 북한 당국이 공개적으로 주장한 피살설을 믿고 있습니다.
중국 내 북한 사람들은 북한 영사가 피살됐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에서는 자살이 없다는 단편적인 주장 외에 그 북한 영사가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문) 김영사의사망과관련해, 중국공안당국은그동안공식적인수사결과를발표하지않았나요?
답) 네. 중국 공안당국은 북한 김 영사가 자살했는지 여부, 자살했다면 그 사인이 뭔지 등에 대해 여태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교가와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중국 당국은 김모 영사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북한 쪽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곳 외교가에서도 중국 공안 당국에서 비공식적으로 흘러 나오는 정보와 소문들을 바탕으로 그 동안 북한 김 영사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쪽이 김 영사의 피살 가능성을 공개적을 주장하며 중국 당국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선 만큼, 중국 당국은 그 간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철저한 진상 조사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문) 중국당국이북한영사가자살했다고판단하는이유는뭔가요?
답) 중국 공안당국은 무엇보다 북한 김 영사의 부검 결과 타살로 볼 만한 외상이 없었다는 점으로 미뤄 자살 가능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또한 중국 공안 당국은 북한 김 영사가 금전 문제에 얽혀 있었던 것을 고려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고, 음독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이번에북한당국이김영사가피살됐다고공개적으로처음언급한뒤, 중국정부가공식적인입장을내놓은게있나요?
답) 중국 정부는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가 이곳 외신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실종된 북한 선양 총영사관 영사가 피살됐다며 중국 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지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중국 외교부는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례 브리핑을 갖고 있는 중국 외교부는 오늘 브리핑에서 북한 영사관 영사의 피살 주장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문) 중국언론매체들은김영사의피살주장에대해어떻게보도하고있나요?
답)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통제 아래 있는 관영 신문, 방송, 뉴스통신사들은 북한 김 영사가 피살됐다는 북한 쪽 주장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김 영사가 실종되고 사체로 발견된 이후 북한 쪽의 피살 주장에 이르기까지 관련보도를 찾아 볼 수 없는데요, 평소 외신을 자주 인용 보도해온 중국 인터넷 매체들도 북한 영사의 피살 주장 내용을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언론 매체들이 이처럼 북한 영사의 피살 주장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07년 7월 주중 한국대사관의 황정일 공사가 배탈이나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링거액을 맞은 지 10여분 만에 심장발작과 호흡장애 증세를 일으켜 숨졌을 때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중국 언론들도 보도하지 않았었습니다.
문) 중국정부는물론언론매체들이김영사의사망과피살주장에대해공개언급을하지않고있는그배경은뭔가요?
답) 무엇보다 중국 쪽은 이번 사건이 자칫 북-중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단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 외교관이 살해됐다면 매우 심각한 사안인데다, 북한 쪽의 김 영사 피살 주장은 자살이라고 보고 사건을 종결 지은 중국 당국 입장과 정면으로 부딪히게 됩니다.
또 중국 쪽은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해 김 영사 사망 사건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자제해 온 것으로 보이는 데요, 중국은 우여곡절 끝에 최근 복원된 북한과의 관계가 이번 북한 영사의 사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을 꺼리고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아울러 북한 쪽 주장대로 김 영사가 살해됐다면, 외국 외교관의 신변 안전에 대한 책임에서도 중국 당국은 자유로울 수 없고, 중국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타격을 받게 되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김영사의사망원인을둘러싸고서북한과중국의입장이상반되고있어서, 이번사건이쉽게해결될것같지않아보이는군요.
답) 네. 북한 쪽은 김 영사가 살해됐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향후 중국 당국이 김 영사의 사망 원인을 자살이라고 공식 결론을 내릴 경우, 북한이 이 같은 결과를 쉽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입니다. 중국이 북한 쪽 주장과 엇갈린 결과를 내놓을 경우 김 영사의 사망 원인과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북한과 중국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