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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북 양자대화 유지 위해 투자유치 거론?


북한 정부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투자 유치를 거론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면서도, 과거 미국의 투자 조사단 파견 제안을 거부한 북한이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이 미국의 대북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군요.

답) 네, 지난 10월 말 미국을 방문한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북한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를 먼저 내비쳤습니다. 리근 국장은 뉴욕에서 미국 전문가들과 가진 토론회에서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투자와 민간 학술, 문화 교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리 국장은 또 평양에는 교육을 잘 받은 양질의 인력이 풍부하다며, 대북 투자가 유망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문) 최근에 북한을 방문한 미국 인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북측으로부터 들었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국가안보사업이사회, BENS의 찰스 보이드 회장이 북한을 방문한 뒤에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들어보시죠.

북한 당국자들이 BENS 대표단을 잠재적인 투자자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보이드 회장은 북한 당국자들이 BENS 대표단에 북한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했다면서, 특히 무역상은 외국인 투자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은 앞서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에게도 미국의 대북 투자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던 것으로 아는데요.

답) 네, 지난달 말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재단 산하 미한정책센터 소장과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이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법령이 새로 제정된 사실을 무역성 관리들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이 관리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세금과 임금 등에서 각종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문)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답) 일단은 부정적입니다. 보이드 BENS 회장은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북한 측에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당국자들은 투자와 핵 문제 해결을 연계하는 것에 실망하는 듯 했다고 합니다. 스나이더 소장도 대북 투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문) 북한이 최근 들어서 미국의 대북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답) 미국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박사는 유엔 대북 제재의 영향 때문일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북한이 경제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2012년에 강성대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해외투자 유치가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문) 하지만 BENS회장이 지적한 대로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 전문가들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의 말입니다.

“물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실 외국 자본을, 투자를 받아 들이는 조치들이 수반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조치들이 사실상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 핵 문제, 6자회담 등과 연동이 돼서 ….”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이제 막 시작된 양자대화를 계속 끌고 나가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투자 얘기를 자꾸 꺼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정치적인 걸림돌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는 말일 텐데요, 사실 북한의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은 저조하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중국과 한국이 북한에 투자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격이 강하구요, 순수하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는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유럽의 일부 기업들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와 핵 문제 같은 정치적인 위험 뿐만 아니라 북한의 외국인 투자정책과 재정,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외 자본의 북한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에 단행된 화폐개혁의 경우도 물가상승 압력에 대처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의 기능을 억누르고 예측가능성을 제거해 버린 조치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문)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해외투자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꽤 변했다는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지난 1999년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상당히 완화하자,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미국 기업대표단을 북한에 보내 투자와 무역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제안했는데 북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미국 측 인사들의 방북 신청을 받아들이고,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긍정적인 변화라고 닉쉬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말에 그치지 않고 투자 유치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닉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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