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 기업인들은 북한 정부 당국자들에게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핵 문제를 먼저 해결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북한 측은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국가안보사업이사회, BENS 소속 주요 경제인들은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에게 해외자본의 직접 투자가 이뤄지려면 우선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BENS의 찰스 보이드 회장은 22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부터 나흘 간 북한을 방문한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보이드 회장은 “북한 당국자들은 BENS 대표단을 잠재적인 투자자로 생각하는 것 같았으나 우리는 투자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투자 기회보다는 북한의 투자 환경에 대해 전반적인 얘기를 나눴다는 것입니다.
보이드 회장은 북한 당국자들이 BENS 대표단에 북한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했다며, 특히 정부 각료인 무역상은 외국인 투자 관련 법안을 개정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BENS 방북단은 이에 대해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이드 회장은 밝혔습니다. 그러자 북한 당국자들은 투자와 핵 문제 해결을 연계하는 것에 실망하는 듯 했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BENS 대표단의 이번 방문을 통해 핵을 포기할 경우 정부 당국이 아닌 민간 경제인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이드 회장은 말했습니다.
보이드 회장은 북한의 생산 현장을 직접 둘러본 경험도 소개했습니다.
보이드 회장은 대표단이 방문했던 전선공장이 매우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장 지배인은 이 공장이 1960년대 기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20세기 초반 기술로 보였으며 기기들은 구 소련 제품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BENS 대표단은 북한 당국자들과 투자 문제 외에 핵과 정치 문제도 논의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자신들이 위협을 느껴 자위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게 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보이드 회장은 전했습니다. 또 안전보장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원한다고도 밝혔다는 것입니다.
한편, 한 북한 당국자는 BENS가 ‘넌-루거 프로그램’을 후원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사실을 대표단의 방북 목적과 연계시키기도 했다고 보이드 회장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BENS 대표단은 방북 당시 북한의 핵 포기에 따른 일반적인 경제적 기회만을 논의하려 했을 뿐 ‘넌-루거 프로그램’과 관련한 계획은 없었다고 보이드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지난 1991년 미 상원이 의결한 법안을 근거로 한 ‘넌-루거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의 핵무기 해체를 돕기 위해 미국이 자금과 기술, 장비, 인력 등을 지원하도록 한 것입니다. BENS는 이 ‘넌-루거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을 방문한 BENS대표단은 모두 8명으로, 전직 공군장성인 보이드 회장 외에 세계적인 보험업체인 아메리칸 인터네셔널 그룹 AIG의 전직 최고경영자인 ‘보험왕’ 모리스 그린버그, 방위산업체 DRS의 마크 뉴먼 회장, 컴퓨터 서비스업체 페로 시스템스의 로스 페로 회장이 포함됐습니다.
보이드 회장은 기자회견 후 앞으로 북한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미국의 소리’ 방송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으며 북한도 BENS 와의 접촉을 위해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이드 회장은 그러나 해외자본 유치와 핵 문제가 연계돼 있다는 점을 북한이 인식한다면 북한 고위 관리들과 계속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