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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고위 관료들, 북 핵 해결에 회의적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북한 핵 문제의 해결 전망에 관해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교 협상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지난 18일자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할 시간을 벌고 6자회담 참가국들 간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한반도 평화협정, 동북아시아 안보체제, 미-북 관계 정상화, 대북 군사위협 제거 등 쉽게 풀릴 수 없는 의제들과 연계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이런 걸림돌을 이용해 미국과 6자회담 재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계속하면서 핵 기술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키신저 전 장관은 우려했습니다.

이런 지연전술을 통해 북한은 미국과 별도의 양자협상을 추구하고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을 이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키신저 전 장관의 분석입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지난 15년 동안 외교 협상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노력은 그 것이 미-북 양자 협상이건 다자협상이건 똑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가동을 연기한 뒤 다시 일방적으로 재가동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는 행태를 반복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런 행태가 지속되는 한 북한과의 외교 협상은 북한의 핵 개발을 억제하기 보다는 오리려 합법화 해주는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키신저 전 장관은 경고했습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존 볼튼 씨도 협상을 통한 핵 문제 해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지난 17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과도 지난 7년 동안 핵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국 이란이 핵 개발을 지속할 시간만 벌어주고 말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보유할 수 있고, 이란도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핵무기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질 경우 핵무기 확산은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그래이엄 앨리슨 하버드대학 교수도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로 인해 국제 핵 비확산 체제가 약화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앨리슨 전 차관보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의 내년도 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시리아에 원자로를 팔아 넘긴 사실에 비춰볼 때 테러조직이나 이란에도 핵무기를 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핵 협상은 앞으로 심각한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앨리슨 전 차관보는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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