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신종 A형 독감 치료제가 오늘 (18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에 전달됐습니다. 이번 지원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당국 차원에서 처음 이뤄진 대북 인도적 지원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18일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신종 독감 치료제 50만 명 분을 북한에 전달했습니다.
냉장트럭 8대에 실린 치료제는 오전 9시쯤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10시쯤 개성 내 북측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습니다.
한국 측 인도단은 통일부 김영일 인도지원과장을 단장으로 보건복지부, 대한적십자사 관계자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김영일 단장은 북한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온정이 전달돼 북한주민들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급적 조속히 지원한다는 방침 하에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 지원이 남측의 온정을 전달하고 북측의 질병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북측에선 박용일 조선중앙적십자회 위원 등을 비롯해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나왔으며, 한국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김영일 단장은 전했습니다.
지원 품목은 타미플루 40만 명분과 타미플루 대체약인 리렌자 10만 명분으로, 이를 위해 쓰인 1백78억원은 모두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됐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를 위한 신종 독감 치료제 1천 명 분과 현지 북측 의료진에 대한 백신과 열감지 카메라도 함께 전달됐습니다. 당초 보내기로 했던10억원 상당의 손 세정제는 구매 절차가 마무리 되는 다음 달 중순쯤 전달될 예정입니다.
양측 대표단은 지원물자 전달 절차를 마무리한 뒤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오찬을 함께 하고 인도.인수증을 교환했습니다. 오찬 내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으며 이 자리에서 북측은 치료제를 시도별로 분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일 단장은 "치료제 복용법과 부작용 등 주의사항과 함께 치료 경험 등을 전하고 북측에 30일 이내에 각 지역에 분배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신종 독감 발생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 인수단은 신종 독감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국가적인 방역체계를 강화해 독감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고만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치료제 지원은 한국 이명박 정부 들어 당국 차원의 첫 대북 지원으로, 한국 정부가 지원 의사를 밝힌 뒤 열흘 만에 신속하게 이뤄진 것입니다.
이번 지원으로 경색됐던 남북 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본태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입니다.
"이번 경우처럼 인도적인 영역을 키워서 남북 간 협력과 접촉을 통해서 신뢰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그런 바탕이 많이 쌓여나간다면 오히려 북 핵 문제 등 정치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죠. "
북한은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평양과 신의주에서 9명의 신종 독감 환자가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한국 정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면역체계가 무너진 데다 열악한 의료체계를 감안할 때 전체 주민의 30%인 7백만 명까지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국 내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지난달 초부터 신종 독감이 번져 이미 40여 명이 사망했고, 모든 학교가 예년보다 한 달 일찍 방학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밝힌 것보다 신종 독감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북측과 실무협의 과정에서 신종 독감 실태에 대한 자료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아 정확한 실태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