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주 실시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는 많은 나라들이 참여해 다양한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여러 인권 조약의 비준과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유엔 특별보고관들의 방문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이 시간에는 각국 대표들이 언급한 주요 기구와 조약의 내용, 그리고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 나와있습니다.
문) 북한에 대한 정례인권검토(UPR)를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숫자로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답) 네, 유엔 인권이사회 실무그룹이 채택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총 52개국이 직접 대화에 참여해 발언했습니다. 이들 나라 대표들은 발언을 통해 총 1백67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는데요, 북한 정부는 이 가운데 50 개의 권고안을 거부했구요. 나머지 1백17개 권고안에 대해서는 살펴보겠다 (Examine) 고 밝혔습니다.
문) 권고안들은 대부분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해 제시된 것으로 아는데요, 세계인권선언은 어떤 것입니까?
답) 인간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유엔이 정리한 것입니다. 유엔은 지난 1948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이 국제사회의 자유와 정의, 평화에 초석이 된다는 보편적 원칙에 합의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옛 독일 나치 정권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수 백만의 유대인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전례를 지구상에서 다시 밟지 말자는 취지에서 이 선언이 채택된 것인데요. 총 30개 항으로 구성된 세계인권선언은 지구촌 주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정치, 사회, 문화적 권리, 성분과 신분에 관계 없이 누려야 할 식량권 등 생존 유지권, 노동권, 교육권 등을 상세히 담고 있습니다. 유엔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12월 10일을 세계인권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문) 이 세계인권선언에 기초해 유엔 회원국들이 헌법을 제정하고 국제협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주요 인권협약을 비준하고 있는데요. 이번 UPR 심의에서 북한 정부에 권고된 협정 비준과 주요 기구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답) 고문과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에 관한 방지협정(CAT), 인종차별철폐협정(ICERD), 장애인 권익에 관한 협약 (CRPD), 국제노동기구 (ILO)에 가입해 주요 협약을 비준하거나 검토해야 한다는 권고들이 많았습니다. 또 유엔의 종교자유와 식량권, 여성폭력 방지, 고문방지 담당 특별보고관들의 방문 허용, 그리고 북한이 비준한 4대 주요 인권협약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문) 협약과 보고관들의 명칭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하나 하나씩 살펴보죠. 먼저 고문방지협약에 대해 알아볼까요?
답) 먼저, 북한에 대한UPR에서 첫 발언을 했던 브라질 대표는 북한 정부가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고문방지협약은 지난 해 현재 146개국이 비준한 유엔의 주요 협약 가운데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인간은 누구나 존엄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상황에서도 고문,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처벌에서 보호 돼야 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협약은 고문 자체를 범죄 행위로 명시하고 있는데요. 국제 인권 단체들과 탈북자들, 주요 정부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여러 수감 시설에서 끔찍한 고문과 비인간적인 처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런 행위들이 모두 인권 유린 행위이기 때문에 즉각 멈추고 북한 정부가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협약에 따르면 고문 가해자들은 엄격히 처벌토록 하고 있습니다.
문) 그래서 유엔에 고문 담당 특별보고관이 있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고문 담당 특별보고관은 협약을 비준한 나라들을 방문해 실태를 조사하고 매년 보고서를 발표하는데요. 북한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을 뿐더러 보고관의 방문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엔의 고문 관련 연례보고서에도 북한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문)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과 주요 조약에 대한 비준 권고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요.
답) 네, 미국과 브라질, 스페인 등 여러 나라가 지적한 부분인데요. 미국 정부 대표로 발언한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국제사회는 강제노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수감시설 등 다양한 곳에서 강제노동이 당연시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인데요. 국제노동기구 (ILO)는 모든 노동자가 자유와 평등, 안전한 환경 속에서 존엄성을 인정 받으며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조직된 유엔 기구입니다. 1919년 창설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를 근절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생산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기구인데요. 킹 특사 등이 지적한 국제노동기구 협약 105조는 강제노동 금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182조는 아동에 대한 강제노동 금지, 138조는 노동과 고용에 필요한 최소 연령 규제 등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 제이 레프코위츠 전 북한인권 특사와 휴먼 라이츠 워치 등 여러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개성공단을 예로 들며 기업들이 지불하는 임금을 북한 정부가 상당 부분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문)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알아보죠. 여러 나라가 북한 정부에 국가인권기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압니다. 북한에서는 사실 생소한 기구여서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답) 네, 나이지리아와 미국 등 여러 나라가 국가인권기관을 설립할 것을 북한에 제의했는데요. 말 그대로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감독하는 기관을 말합니다. 또 자신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알지 못하는 주민들이나 인권 탄압을 하는 가해자들 모두가 제대로 인권에 대해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홍보하는 캠페인 역할도 하죠. 또 장애인이나 여성과 노약자,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역할, 이런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인권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본보기가 되는 단체와 인물에게 상을 수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 인권상을 처음 수여했습니다.
문) 북한 정부는 이 인권기구 설치에 대해 어떤 견해를 밝혔습니까?
답) 일단 거부하지는 않고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부 인권 전문가들은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조사 방문조차 거듭 거부한 북한 정부가 국내에 이런 인권기구를 설치한다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적고, 설사 설치한다고 해도 대외 선전용으로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어쨌든 내년 3월에 북한 정부가 어떤 권고안을 최종적으로 따르겠다고 밝힐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