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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권 전문가들, 킹 북한인권 특사에 엇갈린 기대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의 역할을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규직 대사급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인데다, 국무부 대북 담당 부서에서 다른 관리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높을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핵 문제를 우선시 하는 행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에서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인권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 출신의 공화당 소속 프랭크 울프 하원의원은 지난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아시아 순방 중 북한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울프 의원은 인권 문제는 뒤에서 조용히 제기하는 것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에서는 지난 20일 상원의 인준을 받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타 코헨 선임 연구원은 섣불리 예단할 필요가 없다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대사급인 킹 특사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와 함께 국무부 내 같은 부서에서 일하기 때문에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인권 문제를 확대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전임 제이 레프코위츠 특사는 재임 시절 대북 부서가 아닌 국무부 인구.민주주의.노동국 소속이었으며, 본인 스스로 북한 담당 관리들과 인권 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코헨 선임 연구원은 킹 특사가 전임자와 달리 매우 진지하고 문제를 바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의 역할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킹 특사에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 뒤 백악관과 다른 부서가 새 전략을 납득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대북 협상에서 킹 특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부의 인권 탄압 문제를 법률적으로 체계화해 주목을 받았던 민간단체인 `프리덤 나우’ 의 제라드 겐서 회장 역시 지금은 킹 특사의 역할을 예단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겐서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불행히도 북한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그러나 킹 특사가 업무를 시작한 만큼, 그가 얼마나 신속히 이 문제를 제기하고 유엔과 협력하는지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겐서 회장은 킹 특사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의지의 표현으로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리는 북한에 대한 보편적정례검토(UPR)에 참석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킹 특사가 미국 대표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국제사회가 핵 협상과 더불어 인권 문제를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 정부에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다음 달 7일 모든 유엔 회원국이 4년마다 받는 UPR 심의를 처음으로 받을 예정입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일레인 피어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킹 특사의 우선과제는 유엔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과 협력해 유엔기구들과 특별보고관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킹 특사의 우선과제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킹 특사의 앞으로의 역할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선임 연구원은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킹 특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친구로서 언제든 백악관에 의견을 말할 수 있었던 제이 레프코위츠 전 특사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반대 등 관료주의와 정치 절차에 막혀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킹 특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호로위츠 연구원은 킹 특사가 중국 정부를 압박하겠다고 말했지만 중국 정부는 영향력이 없는 킹 특사의 말에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로위츠 선임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1차적인 책임은 오바마 행정부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라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국민에 의해 움직이며, 2백만 명에 달하는 미주 한인들은 미국 정부를 움직일 충분한 힘을 갖고 있는데 북한인권 문제에 거의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호로위츠 선임 연구원은 옛 소련 정부의 유대인 박해와 강제수용소 운영, 동유럽 국가들의 인권 탄압 등을 예로 들며, 당시 미국 내 유대인들과 동유럽인들이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움직였고 무역 제재와 헬싱키 협약, 수십만의 러시아 내 유대인 출국 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호로위츠 연구원은 한인들이 움직이지 않는 한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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