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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접촉 앞두고 평양 외교전 가열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평양 방문이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가운데, 평양에서의 북 핵 관련국들의 외교전이 뜨겁습니다. 본격적인 북 핵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 다툼 또는 지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다음달 초 미국과 북한과의 북 핵 양자 접촉을 앞두고 평양에서는 북 핵 외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25일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북한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평양을 찾은 중국의 량광례 국방부장, 러시아의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미로노프 상원의장, 그리고 미국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장 등과 각각 별도의 회동을 가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과 중국 량광례 국방부장이 24일 가진 회담에서 " 쌍방은 두 나라 군대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변함없이 발전시킬 데 대한 것과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북한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김영일 내각 총리 등은 미로노프 러시아 상원의장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미로노프 의장은 회담에서 "두 나라의 협력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 핵 문제와 관련해 미로노프 의장은 "북 핵 문제 해결에서 대화 이외의 대안은 없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대화에 복귀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회담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미로노프 의장은 또 "북한이 자신의 주권을 지킬 목적으로 자체 안보를 확실하게 할 권리가 있다"며 "한-미-일 동맹의 강력한 무력에 대한 북한의 우려가 합당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지난 21일부터 3박4일 간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잭 프리처드 소장 일행은 방북 기간 중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회동했습니다.

조지 부시 전임 대통령 시절 미국의 대북 특사를 지낸 프리처드 소장은 이번 방북을 마치고 24일 한국에 들어와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북 핵 관련국들의 동시다발적인 방북과 고위 인사 간 회담은 본격적인 북 핵 협상에 앞서 각국이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외교전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한국 내 북 핵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각국의 움직임을 북 핵 협상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미-북 양자 접촉을 앞두고 각국이 기존 입장 위에서 수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여기에 초점을 맞춰 주면서도 한 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에 대한 그 안정 문제 여기도 초점을 맞추고 있고, 또한 북한은 그것을 하나의 배경으로 해서 나름대로 간접적으로 미국에 압박하는 그러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저는 그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 교수는 프리처드 소장과 리근 국장 회동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대통령 특사 자격의 방북을 앞둔 시점이어서 원칙적인 수준의 대화였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박사도 "각국의 활발한 접촉은 사실상 북 핵 협상 국면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주도권 다툼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박사는 하지만 미국과 북한, 그리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존 협상 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실은 뭐 중국하고 미국이 회담의 틀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 이게 제일 큰 변수입니다. 거기다가 북한이 자기는 또 이제 핵심대상이기 때문에 내거는 조건도 또 있을 것이고, 그렇게 본다면 사실 뭐 치열한 외교적인 주도권 다툼이 있겠지만 기존의 틀은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하토야마 새 정권도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의 공식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어 그럴 경우 북 핵 외교전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전문가들은 이런 관련국들의 외교전이 북한과의 고위 당국자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의 앞으로의 협상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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