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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 한국 정부 ‘괴뢰’ 표현


최근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제의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취했던 북한의 관영매체들이 한국 정부를 또다시 괴뢰 당국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미-북 양자 접촉을 앞두고 남북대화 단절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의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24일 개인필명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가 최근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찬성표를 던진 것을 비난하면서 ‘괴뢰’ 혹은 ‘괴뢰당국’이라는 표현을 모두 12번 사용했습니다.

예컨대 이 신문은 한국 정부가 유엔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데 대해 “괴뢰들의 인권 소동”이라면서 “괴뢰들이야말로 체제 대결, 동족대결 의식과 적대감이 골수에 차 있는 반통일 역적 무리라는 것을 여실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23일 논평을 통해 “갈수록 무분별해지고 있는 괴뢰들의 반통일 대결 책동을 절대로 용납치 않을 것이며 단단히 계산할 것”이라며 괴뢰라는 표현을 다섯 차례 사용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 방문단’을 서울에 보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케 한 이후 이 같은 원색적 표현을 자제해 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앞서 23일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 대해 “북 핵 포기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라며 조선을 걸고 드는 무모한 망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었습니다.

북한 언론들이 이 같이 격한 표현을 다시 쓰는 것은 북한 당국에 인권 문제가 그만큼 민감한 소재임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가 미-북 양자 접촉을 앞두고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입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접근의 속도를 너무 빨리 하지 말라고 제한하는 그런 명분이 통미봉남의 논리였기 때문에 북한은 그러한 명분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남한에 대해서 대화할 용의가 있는데, 남한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계속적인 강경일변도 정책을 하기 때문에 남북대화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어떤 대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한편 최근 량광례 국방부장 방북 등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를 보여 온 북한은 러시아 연방의회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미로노프 상원의장을 초청했습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청으로 24일 평양에 도착한 미로노프 의장은 평양 방문에 앞서 “러시아와 북한 두 나라 사이의 접촉을 강화하고 쌍방관계의 포괄적인 문제와 세계 안전 문제에 대한 회담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러시아의 소리’ 방송이 21일 보도했습니다.

미로노프 의장은 지난 2004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 접촉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의 친선관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금 미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여기서 큰 틀의 무슨 협상을 이뤄내는 것이죠. 그리고 북한은 항상 자기네들이 이런 협상을 앞두고는 자기네들의 그런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서 항상 중국이라든지 러시아를 활용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최 박사는 북한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데 대해선 남북관계를 당장 긴장상태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는 북한이 그동안 나름대로 한국 정부에 대해 대화 의사를 보였는데 한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미-북 양자 접촉과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관계, 그리고 일본과의 물밑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정부와의 관계를 긴장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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