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의료개혁 법안을 공개하고 법안 통과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미국인들의 94%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지만, 당내 반대파와 공화당의 반발 때문에 법안 통과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민주당 안에서도 의료보험 개혁을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상원에서 결국 법안이 마련됐군요.
답)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가 민주당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민주당이 내놓은 의료개혁 법안은 앞으로 10년 간 8천5백억 달러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서 3천1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추가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미국인은 전체의 94%로 늘어나게 됩니다.
문)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혜자 범위를 확대한다는 겁니까?
답) 민주당 법안의 핵심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경우 직장보험에 가입하는데요, 보험료가 너무 비쌀 경우 가격이 낮은 공공보험 가운데 적당한 것을 골라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저소득층에게는 세제 혜택을 줘서 보험 가입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도록 했습니다.
문)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답)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2013년까지는 일단 유예기간을 뒀다가 2014년부터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에게 95달러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벌금액수는 매년 늘어서 2026년에는 7백50달러까지 올라갑니다. 적당한 가격의 직장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기업에도 벌금이 부과됩니다. 직장보험이 너무 비싸서 공공보험에 가입하는 직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원 한 명당 7백50달러씩 계산해서 전체 직원 수만큼의 벌금을 물립니다. 단, 5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에만 이 규정이 적용됩니다.
문)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게 사실 미국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 않습니까?
답) 그래서 보험가입 의무화가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논란이 됐었죠. 미국사회는 전통적으로 경제행위에서 개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강조해왔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강제조항이 법안에 올라간 건 보험료가 비싸서 의료보험에 가입할 엄두를 못 내고 있는 미국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이 미국에 4천7백만 명이나 된다는데요, 보험이 없으면 엄청난 병원비를 모두 자기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의료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도 논란이 많았는데, 결국 법안에 포함됐군요.
답) 공공보험이 실시되면 개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결정을 정부가 내리게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이 많았습니다. 특히 공화당의 반대가 심합니다. 반대로 민주당의 진보성향 의원들은 공공보험을 강력히 주장해왔는데요,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겁니다. 민주당 법안은 공공보험을 여러 보험 가운데 한 가지 선택방안으로 제시하고 각 주 별로 공공보험을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문) 의료보험 회사들에 대해서도 개혁의 칼을 대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인데, 이번 법안에 어떻게 반영됐습니까?
답) 의료보험 회사들은 가입자들에게 일정한 보상한도액을 정해놓고 있는데요, 이번 법안은 보상한도액 설정을 금지했습니다. 가입자의 건강 상태와 성별에 따라 보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것도 금지됐습니다. 이미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험회사들이 아예 보험 가입을 거부해왔는데요, 이것도 금지대상이 됩니다.
문)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취지로 법안이 만들어 졌겠지만, 문제는 예산이 아니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조치들이기 때문에 그동안 논란이 많았습니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공개한 이번 법안은 10년 간 8천5백억 달러라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고소득층에 대해 메디케어, 노인 의료보험세를 올리고, 노인 의료보험 혜택을 줄이는 방법을 통해서 전체적으로 볼 때 정부의 재정적자를 상당히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의회예산국의 분석에 따르면 10년 간 1천3백억 달러 가까운 적자가 줄어들 전망입니다.
문) 민주당으로서는 법안 통과의 희망이 생겼겠군요.
답) 재정적자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의회예산국의 분석을 민주당 지도부가 크게 환영했습니다. 그동안 의료개혁 법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벤 넬슨 민주당 상원의원도 입장이 변했음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2명의 민주당 의원만 마음을 바꾼다면 상원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하지만 공화당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답) 공화당은 이미 이번 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비현실적인 세금인상안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는 며칠 안에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서 토론에 부칠 것으로 보입니다. 공화당의 필리버스터, 의사진행방해를 막으려면 60표가 필요한데요, 민주당의 58 표와 무소속 2표를 모두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가 부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상원의 의료개혁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