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미국과의 평화협정에 대한 합의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며, 그보다는 미-북 적대관계가 종식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조치를 원한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토니 남궁 씨가 밝혔습니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국제 문제 특별 보좌관인 토니 남궁 씨는 북한 측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뉴욕의 북한대표부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나면서 미-북 간 대화에 가교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윤국한 기자가 지난 16일 토니 남궁 보좌관을 인터뷰 했습니다.
문)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곧 성사될 것 같았던 미-북 양자대화가 결국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나서야 이뤄지게 됐습니다. 이처럼 시간이 걸린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답) 양측 모두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이 그랬던 것으로 아는데요, 미국은 올해 초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더구나 대북 압박을 위해서는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 일행의 방북이 구체적으로 언제 이뤄지게 되는 것으로 듣고 계십니까?
답) 제가 알기에 미-북 양측은 보즈워스 특사의 정확한 방북 날짜에 합의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27일에서 12월7일 무렵 열흘 사이에 방북이 있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 정부는 관련 부처의 소규모 대표단이 방북단에 포함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북한은 방북단의 규모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문) 일부 언론은 미-북 양측이 두 차례만 양자대화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북한 측이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답) 북한 측은 양자대화 횟수를 두 차례로 제한하겠다는 미국 측의 결정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북한은 동시에 미-북 간 현안들이 짧은 기간 안에 해결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양자대화가 쟁점 현안에 제대로 초점을 맞춰 이뤄진다면 대화의 횟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화의 목적이 오로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있다면 두 차례가 아니라 아마도 여러 차례 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문)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 위한 조건은 뭡니까?
답) 북한은 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평화협정이나 미-북 간 관계 정상화 같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주 큰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조건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미국 측의 아주 작고도 쉬운 행동 (some very small simple actions)만으로도 적대관계 종식에 대한 미국 측의 메시지는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은 아주 신속히 회담에 복귀할 것입니다.
문) 가령 어떤 메시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답) 불행하게도 미 행정부 내 많은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북한에 혜택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뉴욕 방문이나 그밖에 다른 인적 교류와 같은 작은 상징적인 제스처 조차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것들이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을 성공으로 이끌 비결입니다. 이런 것들은 작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가 큰 제스처입니다. 이런 제스처가 없이는 아마도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 북한은 이번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보즈워스 특사의 대화 상대가 되는 겁니까?
답) 강석주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의 역할이 정확하게 각각 어떤 것이 될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들은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강석주 제1부상은 미국 뿐아니라 전세계 문제를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강석주 제1부상은 분명 보즈워스 특사와 인사만 하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이 뭔가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보즈워스 특사와 마주 앉아서 실제로 뭔가에 합의를 하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런 일은 김계관 부상이 맡아 할 것입니다.
문) 그러니까 강 부상이 나서기는 하겠지만 보즈워스 특사의 실질적인 대화 상대는 아닐 것이란 말씀이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양해된 사항은 강석주 제1부상이 보즈워스 특사를 만난다는 것이지 두 사람이 어떻게 대화에 나설지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미국이 강석주 제1부상과의 대화를 매우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강 부상은 분명 악수하고 인사하는 정도 이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문) 미국은 6자회담 복귀 외에 북한에 대해 2005년 9.19 공동성명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다짐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왜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겁니까?
답) 북한은 지금 자신들이 9.19 공동성명에 메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비핵화 합의나 9.19공동성명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이번에 9.19 합의를 6자가 아닌 미국과의 양자 간 합의로 만들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6자회담 틀 안에서의 9.19 공동성명 이행을 확인하려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미국 측의 어떤 제스처가 있으면 의견 조율은 아주 쉬운 일일 것입니다.
문) 이 시점에 북한 측에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답) 저는 북한 측에 조언을 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일 북한의 누군가가 묻는다면, 올 봄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이 미국의 대북정책이나 대북 인식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이 북한에 가져다 준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이 일로 인해 북한과의 대화를 옹호했던 미 행정부 내 일부 관리들도 움츠러 들었고 일부는 아예 강경파로 돌아섰습니다. 피해는 매우 심각했고 이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북한은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