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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광, 오래 전 폐쇄된 가게를 유리창으로 보는 느낌’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에 어제 (16일) 한 민간 구호단체 관계자의 북한 방문기가 실렸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고문에서 북한 관광은 마치 오래 전에 폐쇄됐는데도 신기하게 당시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는 가게를 유리창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진희 기자와 함께 이 관계자가 전한 방북 소감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에 북한 관광 소감을 게재한 사람은 누구이고, 또 언제 북한을 다녀왔습니까?

답) 네.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 비전 인터내셔널에서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딘 오웬 씨인데요, 오웬 씨는 월드 비전의 북한 내 사업과 관련해 지난 6월 나흘 일정으로 방북해 사업 현장 뿐만 아니라 평양의 일반 관광지를 두루 둘러본 소감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월드 비전은 현재 북한에서 식수와 태양열 발전사업 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 그동안 미국인들의 방북 기는 여러 차례 소개가 됐는데요, 오웬 씨의 방북 기에 특별한 내용이 있습니까?

답) 오웬 씨는 북한이 나포해 대동강 변에 전시해 놓고 있는 미 해군함정 푸에블로 호를 관람한 데 대해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은 외국인들, 특히 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푸에블로 호를 늘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오웬 씨는 40분 동안, 당시 푸에블로 호 나포를 묘사한 영화를 보고, 오래된 통신기술을 모아 놓은 라디오 방을 관람했는데요, 냉전시대의 타임캡슐을 슬쩍 엿보는 느낌이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오웬 씨는 방북 자체가 오래 전에 문을 닫았는데도 문을 닫을 당시의 물건들을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는 가게를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평양이 시대의 흐름에 많이 뒤처져 있었다는 느낌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오웬 씨의 방북 이야기 중 눈에 띠는 다른 하나는 평양의 교통경찰관 모습인데요, 진행자께서도 평양 거리에서 교통을 지휘하는 여성 경찰관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문) 다니는 차가 거의 없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 말이죠?

답) 그렇습니다. 평양을 다녀온 외국인 관광객들 대부분이 빠트리지 않고 하는 얘기죠. 오웬 씨는 경찰관들의 근무교대 순간을 목격했는데요. 교통경찰은 4시간 마다 근무교대를 한다고 합니다. 근무가 끝난 경찰관은 교대할 경찰관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교대할 경찰관은 모든 방향의 차량을 정지 시키고 동료의 얼굴을 쳐다 봅니다. 둘의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의 위치를 바꿉니다. 오웬 씨는 근무교대에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적지 않고 있지만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이 차가 많은 미국의 대도시 한 복판에서 일상적인 근무교대를 위해 모든 차량통행을 일시정지 시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문) 그동안 평양을 다녀온 외국인들은 대체로 평양을 `예전에 다녀봤던 곳과는 비슷한 점이 없는 특이한 곳'으로 묘사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오웬 씨는 오후에 공장에서 집으로 퇴근하는 주민들을 향해 약 30명의 고등학생들이 거리에서 애국적인 노래를 부르며 경의를 표시하는 일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퇴근하는 운전자들을 향해 애정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오웬 씨는 자신이 머물렀던 평양 고려호텔의 시설과 상점 내부, 자신이 머물렀던 하루 밤 1백달러짜리 방 내부의 모습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 고려호텔하면 객실이 5백개가 넘는 특급호텔 아닌가요?

답) 그렇습니다. 전망대에 있는 회전식당을 비롯해 5개의 식당과 사우나, 가라오케, 운동시설, 상점 등을 고루 갖춘 고급호텔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접속은 물론이고 컴퓨터 사용도 전혀 불가능했다고 오웬 씨는 밝혔습니다. 물론 전자우편을 보내거나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무척 비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객실에서 사전검열 되지 않은 영국의 BBC 방송 뉴스를 볼 수 있었다고 오웬 씨는 말했습니다.

문)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출국시 북한의 엄격한 보안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데, 오웬 씨의 경우 특별이 문제는 없었는지 궁금한데요?

답)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여행을 위해 내준 비자를 관광객의 여권에서 아예 제거해 버린다고 하는데요. 오웬 씨는, 비자를 찍은 사진을 포함해 북한에서 찍은 5백 여장의 사진이 담긴 디지털 카메라의 내장 카드를 들고 타는 가방 속에 넣었는데요, 단속에 걸리지 않고 외부로 가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오웬 씨는, 이 비자 사진이야 말로 소위 '노동자들의 천국'이라고 하는 북한을 모험하고 얻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기념품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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