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유명 잡지들이 올 한 해를 결산하는 인물 평가를 특집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세계에서 24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했고, 한 여성 전문지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유나 리와 로리 링 기자를 언론 부문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세계에서 24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이 잡지는 김정일 위원장이 핵 문제를 놓고 큰 판의 도박을 벌이는데 능숙하다며, 김 위원장의 속임수를 읽어내기가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병력을 유지하면서 선군정치를 펴고 있는 것도 김 위원장의 영향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포브스’는 김 위원장이 가짜 김정일을 활용하고 있고 키가 커 보이게 하는 구두를 신고 있으며, 북한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꼽혔습니다. ‘포브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국가원수이며, 세계 1위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미국경제를 이끌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위협적인 미군 총사령관이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내정치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실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이밖에 다른 국가 지도자들 가운데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35위,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56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67위로 선정돼 김정일 위원장 보다 영향력이 낮게 평가됐습니다.
경제 관련 인물로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벤 버냉키 의장이 4위,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을 공동 창업한 미국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5위를 차지했습니다.
‘포브스’는 이번에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 67명을 뽑으면서 선정 기준으로 영향력의 범위, 통제하고 있는 경제적 자산, 영향력의 다양성, 적극적인 영향력 활용 여부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의 여성전문지 ‘글래머’는 북한에 억류됐다 지난 8월 석방된 미국인 여기자 유나 리와 로라 링을 언론 부문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습니다. 평양을 직접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뒤 두 여기자를 데리고 나온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시상식 무대에 섰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 여기자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해준 데 대해 ‘글래머’측에 감사를 표시하고 유나 리와 로라 링과 같은 대단한 여성을 알게 된 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라 링 기자는 수상 소감에서 유나 리와 함께 취재했던 탈북 여성들을 함께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인신매매에 희생되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그렇듯이,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하고 있는 탈북 여성들도 용기를 내 자유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글래머’는 두 여기자가 탈북 여성 문제 외에도 브라질의 노예노동과 인도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 문제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취재해 세계적인 존경을 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중국계인 로라 링과 한국계인 유나 리 기자는 지난 3월 북-중 국경지대에서 탈북 여성들의 인신매매 문제를 취재하다가 북한 경비병에 체포된 뒤 북한에1백40여일 동안 억류됐었습니다. 이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불법입국과 적대행위를 이유로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통해 지난 8월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