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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특집 5] 탈냉전 시대의 지구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상징이었던 독일 베를린의 장벽이 붕괴된 지 지난 9일로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베를린 장벽의 수립과 붕괴 배경, 이후의 변화 등을 살펴보는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냉전 붕괴가 가져온 새로운 현실에 대해 알아봅니다.

전문가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후 일어난 많은 사건들에서 구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합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 즉, 개혁과 글라스노스트 즉, 개방 정책이 동유럽 공산주의의 몰락과 소련 연방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학의 로버트 레그볼드 교수는 고르바초프가 무력으로 동유럽의 개혁 열망을 억누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장벽 붕괴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 연방이 지난 1953년 베를린, 1956년 헝가리와 폴란드, 그리고 1968년 체코공화국에서처럼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입니다.

고르바초프의 한 보좌관은 1989년 7월 주권제한론을 의미하는 이른바 브레즈네프 독트린이 미국의 유명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자신의 길(My Way)'에서 처럼, 동유럽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된 이른바 `시나트라 독트린'으로 대체됐다고 말했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한 달 전인 1989년 10월 초, 고르바초프는 동베를린에서 열린 동독 건국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의 러시아와 독일 특파원을 역임한 세르게 슈메만 씨는 당시 수 천 명의 동독인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 시위를 하는 가운데 고르바초프는 동독 지도자들에게 아주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고르바초프의 방문이 있은 지 한달 만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습니다.

로버트 레그볼드 교수는 베를린 장벽 붕괴는 이듬해 6월 폴란드 총선에서 자유노조의 압승 등 동유럽 전역에서 공산당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고 말합니다.

레그볼드 교수는 이후 동독과 체코슬라바키아, 헝가리 그리고 결국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도 공산주의가 와해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1989년 12월 말 루마니아에서 발생한 사건은 매우 폭력적이었다고 세르게 휴메만 씨는 말했습니다.

동유럽에서 총성이 들린 나라는 루마니아가 유일했다고 슈메만 씨는 지적합니다. 티미쇼아라 등 루마니아 도처에서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려는 정부의 발포로 1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결과 니콜라이 차우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은 재판에 회부된 뒤 대량학살죄로 처형됐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세르게 슈메만 씨는 말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구촌은 냉전 심리 속에서 좋은 편과 나쁜 편, 우리 편과 그들의 편 등 서로 적대적인 두 세력의 대립이 있었지만, 그런 것이 사라지면서 아직까지 정비되지 않은 일종의 역학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프레데릭 테일러 씨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가 러시아인들, 특히 엘리트층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합니다. 그는 한 가지 사례로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블라디미르 푸틴 현 총리를 들었습니다.옛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 요원으로 독일의 드레스덴에 주재했던 푸틴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직접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푸틴은 거리를 걸으면 모두가 경의와 두려움으로 자신을 반기던 정복자의 위치에서 몇 주 만에 동독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위치로 전락했다고 테일러 씨는 말합니다. 푸틴은 이후 러시아로 귀국했고, 많은 러시아인들은 푸틴과 같은 굴욕감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테일러 씨는 말합니다.역사가들은 러시아를 과거처럼 초강대국의 위치로 회복시키는 것이 푸틴 총리와 현 디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이라고 말합니다. 테일러 씨는 베를린 장벽 붕괴는 또 하나의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합니다.냉전이라는 얼음이 녹으면서 그 암흑과 같은 곳에서 이상한 괴물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테일러 씨는 이 괴물이 현재 전세계가 직면해 있는 이슬람 테러리즘과 그밖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라고 말합니다. 테일러 씨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에 의해 통제됐던 냉전의 세계는 균열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훨씬 살기에 안전한 세상이었다며, 지금 전세계인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자유로운 세상에 살지만 동시에 현재의 세상에는 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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