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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강보험 제도의 실태와 개혁안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내정치 최대 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개혁 법안이 지난 7일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안은 이제 상원 통과라는 높은 벽을 앞두고 있는데요. 미 여론을 첨예하게 갈라놓고 있는 건강보험 제도의 실태와 개혁안의 구체적 내용, 알아 보겠습니다.

) 말씀 드린 대로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이 큰 산을 넘었죠?

답) 예.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남아있긴 합니다만 힘겨운 첫 관문을 통과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미 하원의원들의 환호성, 가결을 확정하는 찬성표가 2백18표에 이르자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소립니다.

) 예. 의원들의 환호성, 그만큼 건강보험 제도가 오랫동안 미국의 골치거리가 돼 왔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좀 바꿔보자, 그런 의미로 들리는 데요. 미국의 의료제도, 뭐가 그렇게 문제입니까?

답) 구체적으로 알아 보기 전에 우선 전문가 얘기를 들어 보시죠. 뉴욕시의 인가를 받아 공공보건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광석 뉴욕 한인봉사센터장의 설명입니다.

"의료 서비스가 중복검사를 통해 시간을 끌어요. 오래 끌다 보니 사람들이 병원만 가면 녹아난다구요. 또 의료인들이 의료소송을 피하기 위한 자기 방어 차원에서 비용을 너무 많이 늘리는 거예요."

미국에서는 병원 갈 일이 무섭다, 그런 얘기 흔히 듣죠? 여기에 정답이 있습니다. 왜 무서울까요? (일단 병원비가 너무 비싸잖아요) 그렇습니다. 미국에 사는 분들, 물론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병원 한 번 다녀 오면 수 백 달러가 드는 경우가 다반사죠? 응급 상황인 경우는 하루 입원비만 1천 달러가 훌쩍 넘기도 하구요. 그 흔한 맹장수술을 받으려고 해도 수 만 달러를 내야 합니다.

) 물론 보험이 없는 경우에 그렇다는 거죠.

답)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인들이 너무나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물론 부유층의 경우는 비싼 보험료를 꼬박 꼬박 내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빈곤층이나 노인들의 경우에도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빈곤층을 벗어난 저소득층입니다.

) 미국에서 빈곤층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이죠? (1 년 소득이 2만 1천6백60달러가 안되는 계층입니다) 그러니까 소득이 이 수준을 가까스로 넘는 사람들은 정부 보조 없이 자신이 알아서 건강보험을 해결해야 한다는 거군요.

답) 맞습니다. 의료혜택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거죠. 미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결국 개인이 보험에 들어야 하지만 너무 비싸서 중산층이라도 제대로 된 건강보험에 가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보험 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 사람이 미국에 4천7백만 명이나 됩니다. 정말 많지 않습니까?

) 정말 그렇네요.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이런 취지로 추진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안, 좀 쉽게 설명해 주시죠.

답) 쉽게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의 의료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3배가 비싸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변호사 소송비용이 계속 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불필요한 검진 등을 자꾸 하도록 한다, 이런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겁니다. 또 있습니다. 정작 보험이 절실하게 필요한 중환자들은 보험가입 이전 병력을 들어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다, 이를 불법화시키겠다, 미국민들은 누구도 건강보험 가입에서 제외될 수 없다, 좀 단순화 하긴 했지만 이런 내용입니다.

) 그 취지는 이해가 가는데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요?

답) 우선 건강보험 보장 혜택을 전체 미국인의 96%로 확대하기 위해서 10년 간 8천9백4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예산 보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거의 1조 달러 가까이 되네요, 막대하죠? 이 자금으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건강보험 가입을 돕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겁니다.

) 그동안 큰 논쟁거리로 떠올랐죠? 공공보험 옵션,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답) 미국 건강보험 시장, 그동안 민영 보험사가 독점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2013년부터 공적 건강보험사가 개입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서 건전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지요.

) 그 취지를 보면 나무랄데가 없는데요. 그렇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엄청난 비용, 누가 어떻게 충당하느냐, 거기서 우선 막히네요.

답) 바로 거기서 반대가 시작되는 겁니다. 우선 노인들이 화가 많이 나 있습니다. 자신들이 누리던 메디케어, 그러니까 노인의료보험 예산이 깎일 수 있으니까요. 부자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니 당연히 펄펄 뛰겠죠? 중소기업들은 적자 논리를 내세우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구요.

) 이념적인 논쟁도 있죠? 정부가 주관하는 보험이 나오면서 보험제도를 아예 정부가 몽땅 떠맡아버리는 것 아니냐, 자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그런 우려요.

답) 보수층에서 제기하는 불만이 바로 그겁니다. 정부가 다 알아서 해 버리면 사회주의와 뭐가 다르냐는 주장인 거죠. 사실 반대파들의 의견도 일면 수긍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 수준을 자랑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바로 높은 의료수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수입의 많은 부분이 각종 의학연구에 쓰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의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의료제도가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지만 미국이 의료 선진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런 얘기군요. 그런 제도에 수술칼을 댄 미 정치권, 정말 고민이 많겠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건강보험 개혁안 내용 구체적으로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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