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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초현실적인 영화세트장’


세계적인 여행정보회사 ‘론리 플래닛’의 창업자인 토니 휠러 씨의 북한, 리비아, 이라크 등 기행문을 담은 책 ‘나쁜 나라들’이 최근 한글로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휠러 씨는 이 책에서 북한은 자신이 가본 나라들 중 가장 이상하고 초현실적인 나라라며, 마치 영화세트장 같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올해 62살인 영국인 토니 휠러 씨는 전세계 수많은 나라들, 특히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나 분쟁지역, 고립지역을 여행했습니다. 특히 북한과 리비아, 버마, 아프가니스탄 등 9개국을 국제적으로 평판이 나쁜 나라로 지목하고, 이 나라들을 둘러본 경험을 2년 전 ‘나쁜 나라들’이라는 책에 담았는데, 최근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돼 출간됐습니다.

휠러 씨는 ‘나쁜 나라들’에서 소개된 9개국 가운데 북한을 가장 나쁜 나라로 꼽았습니다.

휠러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테러와 관련이 있는가,’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되는가,’ ‘국가가 자국민을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악의 계수 (Evil Meter)를 정해 각국의 나쁜 정도를 평가했다며, 북한은 최고점인 7점으로 가장 악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5년 북한을 방문해 평양을 비롯해 북동부, 압록강 국경지역, 동해지역 등을 둘러본 휠러 씨는 북한을 ‘초현실적인 나라’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겉보기로는 현실적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평양 시민들은 정부에 의해 선택된 사람들이며, 북한에 머무는 동안 일반주민들은 만나보지 못했다고 휠러 씨는 말했습니다.

휠러 씨는 초현실적인 북한은 마치 미국영화 ‘트루먼 쇼’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자신이 텔레비전 쇼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북한에서 본 모든 것이 실제가 아닌 영화세트장의 일부처럼 느껴졌다고 것입니다. 휠러 씨는 북한주민들 뿐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외국인 방문객들도 이 텔레비전 쇼에 출연 중인 연기자의 일부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휠러 씨는 북한에 대한 이 같은 인상을 북측 안내원에게 얘기했다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휠러 씨는 북한이 왜 초현실적인 나라처럼 느껴지냐고 반문하는 북한 안내원에게, ‘예를 들어, 위대한 수령님이 모든 분야에 정통하다는 얘기를 계속 듣는데, 어느 누구도 모든 분야에 다 정통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북한 안내원은 ‘위대한 수령님을 만나봤느냐’고 반문했고, 휠러 씨는 ‘아니다, 그러는 당신은 만나봤냐?’고 반박했습니다.

휠러 씨는 지난 20년 간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독일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것이 가장 흥미로운 일이었다며, 남북한이 통일 되는 날 남한이나 북한에서 통일의 현장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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