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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과 적극적으로 경제교류해야’


미국과 북한 간 양자대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경제교류에 더욱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연구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지 못한 채 북한의 호전성만 강화시켰을 뿐이라는 주장인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대학 국제분쟁협력 연구소’는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몇 십 년 간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 채 북한 내 강경파들의 입지만 강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두 연구소가 이번 연구를 위해 구성한 ‘특별위원회 (task force)’의 공동위원장인 수잔 셔크 캘리포니아대학 국제분쟁협력 연구소(IGCC) 소장은 23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에 대한 북한의 태도, 미국을 향한 북한의 의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금의 단기적인 전략을 보완할 새로운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셔크 소장은 대북 제재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 내 온건파들을 지원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제재를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과의 적극적인 경제 교류가 미국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경제발전을 지원할 경우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에 의한 위협감소라는 직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동적인 경제체제에 편입시킬 경우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북한의 개혁과 개방도 촉진할 수 있다고 셔크 소장은 주장했습니다.

셔크 소장은 북한과의 적극적인 경제교류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그 같은 전략이 성공한 전례들이 있는 만큼 북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입니다.

셔크 소장은 북한경제를 세계경제에 통합시키는 과정이 대북 경제교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 대학과 연구소, 비정부기구, 국제금융기구들의 대북 경제교류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특히 북한을 국제금융기구 체제에 편입시키는 일은 대학이나 비정부기구들의 대북 개발훈련이나 지원에 비해 훨씬 더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지만 지금 당장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아시아개발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회원국이 되고 그에 따라 차관을 빌릴 수 있게 되는 일은 단순한 금융상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경제체제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가입 후에는 어떤 개발원조를 받을 것인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 경제체제가 국제기준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환된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북한과 가능한 한 폭넓은 당국자 접촉을 확대해고, 민간대화 창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셔크 소장은 이 같은 대북 교류를 위해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대학이나 학술단체들이 북한과 교류할 수 있도록 입국사증 발급 정책을 변경하고,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관들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 등은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셔크 교수는 이 같은 대북 교류가 북한에 대한 원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제적 원조는 북한 군부나 정권 핵심부 인사들에게 전용돼 북한 정권의 외부 위협을 강화시키는 데 전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북한에 제공하는 기술 훈련 프로그램이나 학술 교류 등은 그런 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북한은 교육수준이 높은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 중국과 한국 같이 대북사업에 적극적인 이웃나라 등 새로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경제적 자원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의 적극적인 대북 경제교류는 북한의 경제와 대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은 다른 많은 나라들을 상대로 경제교류 접근법을 취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북한과의 교류를 위한 새로운 장기적인 정책적 접근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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