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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기본합의 15주년: 북 핵 능력 향상, 대북공조 강화’


어제 (21일)는 미국과 북한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기본합의’, 이른바 제네바 합의를 체결한 지 15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당시 합의는 1990년대 초반 이후 고조돼 온 북한 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요,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당시와 지금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1994년 10월 21일, 미국과 북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북 기본합의’를 체결했습니다. 1990년 대 초반 이후 고조된 북한 핵 위기를 봉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1993년 3월 12일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하면서 이른바 `1차 북 핵 위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북한은 이어 1994년 6월13일 국제원자력기구 IAEA 탈퇴를 선언했고, 이에 미국은 영변 핵 시설 폭격까지 검토하는 등 위기는 최고조로 치달았습니다.

이런 시점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1994년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 간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습니다.

김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에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면서, 핵 시설 동결과 IAEA 사찰관 잔류 등에 동의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또한 미국의 지원으로 경수로 건설이 이뤄지면 기존 원자로를 해체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의사를 즉시 백악관에 전달해 미국의 강경한 대북 기류를 대화 쪽으로 선회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그 결과 미-북 양측은 1994년 10월21일 제네바에서 체결된 기본합의를 통해 1차 북 핵 위기를 봉합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소재 스탠포드대학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로브 부소장은 제네바 합의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심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노력이었으며, 비록 2002년에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계획으로 인해 파기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핵 계획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당시와 비슷한 위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5월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에 유엔은 무기금수와 수출 통제, 화물검색, 금융•경제 제재를 포함하는 대북 제제 결의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6월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와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그리고 봉쇄 행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란 강수로 맞서면서 이른바 3차 북 핵 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3월부터 억류 중이던 미국인 여기자 2명에게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등 미국을 압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8월 4일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15년 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미-북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개인 자격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우드로 윌슨 센터 객원 연구원인 한국의 북한대학원대학교 신종대 교수는 미국과 북한 간 협상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미 관계 협상의 역사라는 것이 항상 협상이 있고 또 그 다음에 지리멸렬하다가 위기가 오고, 그 다음에 다시 협상의 장이 마련되고 또 다시 질질 끌다가 원상복귀하고.. 어떻게 보면 계속 이런 사이클을 끌어왔단 말이죠”

신 교수는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15년 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보다는 북한의 핵 능력이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겠죠.”

북한은 15년 전 당시에는 핵무기가 없었지만 지금은 2차례나 핵실험을 실시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북한과의 협상이 더욱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스트로브 부소장은 지금은 15년 전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훨씬 더 강경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두 차례 핵실험을 실시하고, 도발적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북한의 행동과 발언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크게 바꿔 놓았다는 것입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북한 핵 문제를 다루면서 북한의 의도와 전략, 전술을 잘 알게 됐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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