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은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이라며, 비핵화는 이후에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관영 노동신문을 통해 밝힌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무 이행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미-북 간 양자회담이 열려도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북한 관영 노동신문이 어제 (14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지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 앞선 북한 매체들의 보도, 또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한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인데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 양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우선 체결하고 이후에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 적대관계를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해야 하며, 양자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으로 진행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었죠.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더욱 구체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방도는 평화협정 체결이라면서, 핵 문제가 해결되려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이 계속 주장해온 것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인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미-북 간 양자회담에서 우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군요?
답) 물론 북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북한 정부의 견해를 대변하는 관영매체에 실린 주장인 만큼 눈 여겨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사는 미국은 북한의 원칙적 입장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면서, 북한 핵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며, 전 한반도와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에라야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전 한반도와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돼야 북한 핵 문제도 해결된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답) 북한은 이미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같은 주장을 해왔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 의무를 저버리고, 핵 보유국으로 남으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세계의 비핵화와 연계시키는 것은, 계속 핵 보유국으로 남으면서 핵 협상의 본질도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에서 미-북 간 군축회담으로 변질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문) 그런데 북한 측의 이런 주장은 최근 미국과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핵 협상 재개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조건과는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미국은 북한과 양자회담에 임할 수 있지만 이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회담 재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이 다자회담의 틀 안에서 핵 협상에 참가해야 하고, 앞서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를 폐기하기로 한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은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기 위해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의무 이행 의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또 이후 핵 협상에서도 북한의 핵 폐기와 이에 대한 보상을 포괄적으로 협상하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데요. 물론 이행 과정에서 보상의 하나인 평화협정과 북한의 최종 핵 폐기 조치 사이에 시간 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 평화협정부터 체결해야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과는 다른 것입니다.
문) 양측의 이런 입장 차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미-북 간 양자회담이 열린다 해도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앞으로 6자회담 재개와 이를 통한 비핵화 진전에 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씨는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에는 나서겠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 때문에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진전을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도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제재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임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최근 북한의 입장, 또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