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일본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일본과의 양자대화 가능성을 밝혔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미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일본과의 제반 문제는 “양국 간 협의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며 북-일 협상 재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통신은 유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서 이같이 전하고, 박 부상이 6자회담에는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유엔이란 국제외교 무대에서 북-일 협상 재개 가능성을 표명한 것은 처음입니다.
유엔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반 총장은 “북한은 다국 간과 2국 간 협의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박 부상이 그같이 답했습니다. 반 총장은 또 납치 문제를 비롯한 북한의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해결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대사는 최근 평양에서 교도통신과 회견을 갖고 일본과의 대화 재개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었습니다.
문) 마침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오늘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했다지요,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나요.
답) 예, 하토야마 일본 총리는 오늘 오후 총리 관저에서 납치피해자 가족 대표들과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는데요, 하토야마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최근 유엔총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해서 미국 중국 한국 등의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또 “납치 문제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지론인 우애사상에도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를 위해 “특히 한국 정부와 정보교환 등을 통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때문에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는 납치 문제의 가시적 해결을 위해서도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문) 다른 소식입니다만,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밝혔었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강하게 반대한다는 의사를 일본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있지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서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가 지난 24일 하토야마 총리의 유엔총회 연설 직후 일본이 제안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일본 정부 고위 관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 직후 미국 방문을 통해서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구축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지만, 그의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가 오히려 강해진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23일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아시아 정책은 미-일 동맹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토야마 총리는 다음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자유무역협정, 금융, 통화, 에너지, 환경, 재해 구조 등 가능한 분야부터 서로 협력하는 동반자들이 한걸음씩 협력을 쌓아가는 연장 선상에 동아시아공동체가 모습을 드러내길 기대한다”고 밝혀서 자신의 지론인 동아시아공동체 구상 실현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문) 미국이 일본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에 반대하는 것은 일본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조지 부시 전 정권 때부터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에 대해서는 “미국을 배제하려는 것”이라면서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동아시아공동체가 형성되면 아시아의 전략적 교두보인 일본을 중국에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하토야마 총리가 미국 방문 중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언급하고 “중-일 간의 차이점을 인식하면서 차이점을 넘어선 신뢰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서 지난 1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을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미국을 제외하고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앞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구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미국을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부터 이 구상을 경계해 온 미국 측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하토야마 총리의 진의를 확인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불신과 경계감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신문은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