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타이완 사진작가 촬영 김정운 벽보 논란'


북한 당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작업을 공식화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벽보’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 벽보의 신빙성과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김정은 벽보’를 둘러싼 논란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정운의 이름이 명기된 벽보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타이완의 사진작가인 후안한밍 씨는 최근 원산 방문 중 길거리에 나붙은 이 벽보를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벽보에는 북한이 최근 보급하고 있는 ‘발걸음’ 노래 가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영광,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가 선명히 보입니다. 벽보는 특히 그동안 김정운으로 알려져 온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이름을 ‘김정은’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벽보 사진과 관련해 두 가지 엇갈린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 벽보가 북한 당국의 후계 준비 작업 상황을 보여주는 물증이라는 것입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워싱턴에 있는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인 김광진 씨입니다.

“ 이제는 공개적으로 후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북한의 후계 문제를 연구해 온 서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도 이 벽보는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김정일 후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김정은 찬양 포스터 확보로 인해 북한 내부에서 김정운 후계체계 수립이 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다고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벽보 한 장을 근거로 북한이 김정일 후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주민들이 `김정은’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데다, 고위급 인사들도 김정운이 언제 어디서 후계자로 정해졌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북한전략센터의 김광인 박사입니다.

“제가 알고 있기에는 김정운은 현재 아무런 직책도 없고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운을 아는 사람도 없고 개인 승용차도 없고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오니까 저희들도 의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후계자의 ‘직책’ 문제는 과거 김일성-김정일 후계 과정과 여러모로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예를 들어 김일성 주석은 1960년대 말 김정일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조직비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 등을 거치게 한 뒤 1974년 2월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습니다.

따라서 외부에서는 김일성 후계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후계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정운이 북한 내 어떤 부서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지는 정권 지도층 인사들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의 원로 북한 전문가인 이항구 한국통일연구회 회장은 이번에 공개된 벽보를 후계체제 보다는 김일성-김정일 일가 우상화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그 동안 ‘백두산 3대 장군’이라고 해서 김일성과 김정숙, 김정일 등 김 씨 일가의 우상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 김정운이 등장한 것은 그런 맥락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때도 백두 3장군이라고 해서 김일성-김정숙-김정일을 3장군이라고 했는데, 일가의 혈통을 미화하는 작업의 한 가지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 벽보’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을 것 같지 않습니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후계 문제는 지난 2월부터 집중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관영 `노동신문’이 ‘백두의 혁명전통 계승’을 강조하자 미국 당국은 이를 북한에서 후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또 한국의 국가정보원도 지난 2월과 5월에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국회에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정권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정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 번째 부인인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입니다. 고영희는 재일교포 출신으로 과거 만수대예술단 무용수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26살인 김정운이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군부와 당의 지지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일 권력이 김정운으로 넘어갈 경우 북한에서는 김일성 주석에서 김정일 위원장, 김정운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