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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현 단계서 대북 식량 비료 지원 안 해'


한국 정부는 28일 "현 단계에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이나 비료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발표는 북한 측이 현재 금강산에서 진행 중인 추석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상응하는 한국 측의 화답을 언급한 데 대한 응답으로 나온 것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금강산에서 추석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청와대는 "현재 단계에서 북한에 대규모 식량 지원이나 비료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밝힌 이산가족 상봉에 상응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 조치 검토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하면서, "다만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대북 인도적 지원의 고려요인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그것을 기준으로 '한다', '안 한다'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앞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8일 오전 국회 정보위에서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조치가 있었으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이 전했습니다.

원 원장은 또 한국 내 대북 지원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물자가 반출이 안 된 채 인천항에 쌓여 있는 것과 관련해 "전략물자가 아니라면 관계부처와 협의해 가능하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27일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금강산에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북측 조선적십자사중앙위원회 장재언 위원장이 이산가족 상봉을 북측의 우의라며 이에 상응하는 한국 측의 화답을 언급했다고 전했었습니다.

"새로운 우의의 표시다, 남측에서도 그런 우의에 대해서 화답하는 것에 대해 생각 안 해 봤느냐 그 정도로 물었어요."

한국 내에선 이 같은 장 위원장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쌀과 비료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유 총재는 그러나 이산가족들의 고령화에 따른 사망자 수 증가 등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이산가족 상봉 규모의 확대와 정례화 필요성을 북측에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산가족이) 4만 명 돌아가셨는데 이게 속도가 자꾸 증가돼요. 얼마 전에는 2천 명 하다가 3천 명 1년에, 지금은 4천 명, 5천 명 순으로 세상을 떠난다고…"

한편 지난 26일부터 사흘 간 열린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가 28일 금강산 호텔에서 작별상봉 행사를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약 60년만의 짧은 재회를 뒤로 한 채 이산가족들은 또 다시 기약 없는 이별에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 통일되면 만나자...건강해라...

한국 측 이산가족 97 명이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 2백28 명과 만난 1차 상봉행사는 27일 온정각 앞뜰에서 하기로 했던 야외상봉이 기상 문제로 실내 상봉으로 대체된 것 말고는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특히 이번 상봉에는 국군포로 한 가족과 납북자 가족 두 가족이 '특수 이산가족' 이라는 이름으로 만났습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국군포로 79살 이쾌석 씨는 한국의 동생 정호 씨, 정수 씨와 만났습니다.

또 지난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 48살 노성호 씨는 한국에 사는 누나 순호 씨와, 그리고 같은 동진호 선원 48살 진영호 씨도 한국의 누나 곡순 씨와 각각 상봉했습니다.

동진호 사건은 지난 1987년 1월 인천항을 떠나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한국 측 어선 동진 27호가 북한 경비정에 나포된 사건을 말합니다.

당시 납북된 동진호 선원은 모두 12 명으로 이번 상봉으로 현재까지 6 명만이 꿈에 그리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또 이번 1차 상봉행사에선 지난 해 7월 말 완공된 이산가족 면회소가 1년2개월 만에 처음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29일부터는 북측 이산가족 99 명의 신청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4백49 명의 가족들을 만나는 2차 상봉행사가 사흘 간 열립니다.

이들은 건강검진과 방북 교육을 받은 뒤 29일 오전 고성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금강산으로 들어갑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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